천인공로할 일이 벌어졌다! 4월 25일 법원이 앙골라인 난민 루렌도 가족이 제기한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에서 루렌도 가족 패소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루렌도 가족이 난민 심사를 받을 권리 자체를 박탈하고 120일 가까이 루렌도 가족이 공항에 갇혀 있게 만든 조처에 정당성을 부여한 끔찍한 판결이다. 폭력을 피해 그저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한 난민 가족의 절절한 호소를 외면한 비정한 판결이다.
그간 재판에서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이 한 루렌도 가족에 대한 불회부 처분이 절차적·실체적으로 하자가 있음이 명명백백 드러났다. 정부 기관이 발행했다는 처분서에는 날인과 일련번호조차 없었고, 전달 과정도 일방적으로 용지를 주고 서명을 하라는 식이었다. 인천공항출입국 측은 루렌도 가족의 신청이 “명백히 이유없는 난민 신청”임을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재판 과정에서 내부 심사 보고서도 제출하지 못할 만큼 이를 전혀 입증하지 못했다.
반면, 법정 증언을 통해 루렌도 가족이 매우 급박한 상황에서 앙골라를 탈출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 확인됐다. 루렌도 가족은 앙골라 정부의 콩고 출신에 대한 모진 고문과 박해를 피해 왔다. 다시 말해 앙골라로 돌아가면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 재판부는 이런 진실에는 눈감은 채 인천공항출입국 측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이런 판결을 받으려고 루렌도 가족이 계절이 바뀌도록 공항 바닥에서 버텼단 말인가.
오늘 이 판결은 ‘인권’과 ‘평화’를 말하는 문재인 정부의 참담한 인권 수준을 보여 준다. 난민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도 아닌, 심사만이라도 받게 해 달라는 간청이 무자비하게 짓밟혔다. 무고한 두 부부와 어린 자녀들을 수개월 동안 노숙 생활로 고통받은 것만으로는 부족하단 말인가. 재판부는 루렌도 가족이 본국에서의 고통과 박해로 받은 상처에 소금을 뿌려야 속이 시원하단 말인가.
우리는 이 불의하고 매정한 판결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난민 심사 받을 최소한의 권리마저 부정한 냉혹한 판결을 강력 규탄한다. 루렌도 가족이 이웃으로 우리와 함께 살며 안정적으로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 온 많은 사람들이 이 판결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루렌도 가족이 하루빨리 공항을 벗어나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싸워나갈 것이다.
2019년 4월 25일
난민과함께공동행동
(경기이주공대위, 나눔문화, 난민과손잡고, 노동자연대,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사회변혁노동자당, 아시아의 친구들, 수원이주민센터, 이주공동행동, 이집트혁명활동가그룹,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의당 국제연대당원모임, 지구인의정류장, 카사마코, 한국디아코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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