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섹시 댄스 부추긴 ‘대안포럼’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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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7월에 열린 ‘맑시즘 2011’에 참가하던 도중 낯 뜨거운 일을 경험했다. 맑시즘 기간 동안에 고려대에서 동시에 열린 ‘2011 대학생 대안포럼’(자본주의연구회 등이 주최하고,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의장·한국대학생문화연대 대표가 조직위원회 공동대표단을 맡고 있다)에서 개최한 대동제 문화공연을 보던 중 나는 내 귀와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댄스동아리의 춤 공연을 소개하는 사회자의 멘트는 이랬다. “오빠들 야하고 섹시한 거 좋아하시지요?”, “지금 뒤에서 오빠들한테 이쁘게 보이기 위해 단장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잠시 뒤 참으로 민망한 옷차림에 일명 ‘섹시댄스’가 붉은 조명 아래 펼쳐졌다.
“실천지성”을 위한 대안포럼이 주최하는 대동제에서 나오는 공연과 멘트라고 하기엔 너무나 어이없는 일이었다. 차라리 상업화된 대학축제 공연이었다면 쓴 웃음이 나더라도 이렇게 화가 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우연히 그 공연을 지켜보던 나도 주변의 사람들도 차마 그대로 지켜보고 있기가 민망해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여성의 몸을 대상화·상품화하고 섹시열풍으로 몰아넣고 있는 이 자본주의 체제를 비판하고 그러한 이데올로기에 도전하는 ‘맑시즘’에 참가했던 나로서는 이런 여성비하적인 공연을 보면서 모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는 “삶의 조건을 변화시키려면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대안포럼의 대동제 공연은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는커녕 성차별을 부추기는 자본주의 체제의 시각을 그대로 소비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 땅의 차별받는 여성의 한 사람으로서 대안포럼의 대동제 공연에 유감을 표시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