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과학자인 내가 혁명가가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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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나마 ‘지구를 지키는 과학자’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학부와 대학원 모두 전공을 대기과학으로 선택했고 12년째 같은 공부를 하고 있다.
선배 과학자들 중에서도 특히 핵무기를 만든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는 내가 본받지 말아야겠다고 마음 먹게 했던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인류 최초 핵무기를 만드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지만 나중에 그것을 평생 후회하면서 살았다.
그러나 막상 대학원에 가서 자료처리와 논문들과 씨름하면서 느낀 것이 있었는데, 오히려 그 사람들이야말로 대단한 의지를 갖고 현실에 뛰어들어서 실천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실천이 잘못된 것이었다는 점은 바뀌지 않는다. 나는 과학자 개인이 상식에 의존해서 판단하기에는 세상이 훨씬 복잡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구체적으로는 제2차 세계대전을 ‘파시즘 대 민주주의’라고 규정하지 않고, ‘제국주의 열강 사이의 군사적 경쟁’이라고 이해할 때에만 그런 잘못된 실천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분석을 과학자 개인에게, 그것도 제한된 정보만을 갖고 있던 그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핵무기 개발의 책임을 그들에게만 떠넘기는 짓이다. 오히려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는 이용당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들처럼 자신의 숭고한 뜻이 이용당하지 않으려면 원칙과 이상을 공유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마르크스주의에 따라 분석하고 행동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다함께’에 가입했다.
단체에 가입하기 전에 나는 “이상주의자들은 떼쓰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전쟁과 차별, 빈곤에 반대해 활동하는 사람들을 나 자신은 지지했지만, 그런 ‘이상주의적’ 주장은 현실의 잔인한 모습을 어느 정도는 외면할 때에만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큰 목소리로 주장을 할 수는 있지만 현실은 현실대로 논리가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 이상과 현실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다함께’에 가입한 뒤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이 단체는 가장 냉철한 현실에서 출발해서 전쟁을 끝낼 수 있고 차별과 불평등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을 분석하고 이에 따라 행동한다. ‘이상주의자’들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이라는 것이 내가 가입하고 나서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만약 여러분들이 함께 할 단체를 하나 선택한다면, ‘다함께’에 가입하라고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