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트21〉 판매자 무죄 선고:
“끈질긴 투쟁과 연대가 승리를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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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강남역에서 〈레프트21〉을 판매하던 우리 여섯 명은 경찰에게 강제 연행됐고, ‘미신고 집회’를 했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 받아 1년 넘게 법정 투쟁을 벌였다. 그런데 7월 28일 재판부는 우리에게 사실상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 탄압에 맞서 승리한 것이다!
재판부는 우리 여섯 명 중 다섯 명이 집회에 “단순히 참가하였음에 불과”하거나 “옥외집회가 끝난 직후에” 도착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나머지 한 명은 “옥외 집회를 주최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범행 동기수단·결과·범행 후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형을 선고하는 것은 가혹”해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승리, 우리 모두의 승리다.
검찰은 ‘미신고 집회’를 이유로 우리를 기소했지만, 사실 이것은 명분일 뿐이었다.
우리 여섯 명이 〈레프트21〉을 판매하다 연행된 지난해 5월은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고와 지방선거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던 때였다. 정부는 공안 정국을 조성해서 이런 위기를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다.
우리를 기소하고 벌금 8백만 원이라는 약식 명령을 내린 것은 이런 맥락에서 벌어졌다. 이것은 명백히 언론 탄압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었다. 실제 우리를 연행한 경찰 이종순은 “한국에는 국가보안법이 있다. 사상 검증을 해야 한다”고 협박했다. 검사도 〈레프트21〉의 급진적 주장을 노골적으로 문제 삼았다.
그러나 우리는 굴하지 않고 검찰의 황당한 논리를 하나하나 반박하며 싸웠고, 법정 밖에서도 우리 사건을 알리고 지지와 연대를 모으려 노력했다.
그래서 재판을 진행하면 할수록 검찰은 궁지에 몰렸다. 우리는 검찰의 거짓말을 폭로했고, 검찰 논리의 모순을 공격했다.
거짓과 모순
검찰 측 증인조차 우리에게 유리한 증언을 했다. 심지어 한 증인은 “누구나 자기 주장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며 공개적으로 우리를 옹호했다.
우리의 지지와 연대 호소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호응했다.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언론노조 등 각종 진보적 단체의 인사들 2백여 명이 항의 서한에 서명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주요 언론 단체들은 검찰을 비판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뿐만 아니라 런던 킹스칼리지 교수 알렉스 캘리니코스, 독일 국회의원 크리스틴 부흐홀츠 등 50여 해외 진보적 인사와 단체가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은 법원 앞 집회와 기자회견 등에도 참가해 우리를 지지해 줬다. 또 집회와 거리에서도 노동자와 학생 들이 큰 지지를 보냈고, 곳곳에서 보내준 투쟁 기금 덕에 우리는 재판을 치를 수 있었다. 이 모든 연대에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한편, 재판부는 검찰의 자존심을 완전히 짓밟을 수는 없다는 생각 때문인지 우리가 ‘미신고 집회’를 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인정했다. “외형상 신문 판매행위라는 형식을 띠었을 뿐 실제로는” 집회를 했다는 것이다.
‘미신고 집회’를 했지만 ‘무죄’라는 모순된 판결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이런 판결 내용은 검찰이 향후에도 정당한 〈레프트21〉 거리 판매를 방해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 이 점은 정말 유감이고 아직 완전한 승리는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은 이명박 정부 시대에도 광범한 지지를 건설하며 단호하게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특히 레임덕 위기에 처한 이명박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마녀사냥을 확대하고, 소환과 기소를 남발하며 발악을 하는 와중에 얻은 승리이기 때문에 더욱 값지다.
이번 승리를 바탕으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곳곳에서 〈레프트21〉을 판매하며 이 체제와 정부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이어질 검찰의 항소에 맞서며 ‘미신고 집회’ 부분까지도 완전히 떨쳐 내기 위해 투쟁할 것이다. 유일하게 선고유예를 받은 김형환 씨도 무죄 선고를 요구하며 항소했다.
우리의 승리에 큰 도움을 준 모든 시민·사회단체와 동지들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 계속될 우리의 투쟁에 계속 연대와 지지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