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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대표는 노동자당 대표답게 처신해야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참여당과의 통합 의도를 갈수록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앞서 진보신당은 “국민참여당은 진보정당이라 할 수 없으며 새로운 진보정당의 참여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이정희 대표는 취임 1주년 기자회견과 〈한겨레〉 인터뷰에서 참여당과의 통합을 반대하는 진보신당의 의사를 무시하며 최후 통첩을 보냈다.

“참여당이 들어온다고 해서 진보정당의 방향이 흔들리는 게 아니”고, “참여당과의 통합 논의는 이미 … 공식적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못 박았다.

결국, 이정희 대표에게는 ‘진보신당과 통합이 일단락된 후 참여당 문제를 결정한다’는 수임기관 결정사항조차 무의미했던 것이다. 실제로 이정희 대표는 수임기관 회의 직후 “[참여당에 대한] 금기가 풀렸”다며 좋아했다.

이런 최후통첩은 진보신당의 반발을 낳고 있다.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민주노동당은 참여당인지 진보신당인지 선택해야 한다”며 “중대 결단”을 경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갈라진 진보정당이 하나가 되길 바라는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실망과 냉소만 일으킬 것이다.

이정희 대표는 참여정부 시절 민주노동당이 투쟁한 것이 문제라는 유시민의 주장에도 맞장구를 치고 있다. “과거에 있었던 일이 어느 한 곳에만 책임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 진보진영 내부 성찰도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희 대표가 “저희 당의 힘은 당원 결정에서 나오는데, 당원들의 논의에 장애가 발생하거나 가로막히지 않도록 노력해 왔다”고 말하는 것도 어이없다. 당대회 등에서 그토록 많은 비판이 있었고, 민주노총 주요 지도자 등이 모여 토론회까지 개최했는데도 무시하고선 말이다. 무엇보다 참여당과의 통합 추진 같은 중대한 사안을 수임기관 비공개 회의에서 처리하려는 것은 당내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것이다.

이정희 대표의 취임 1주년 발언도 실천과 모순 투성이다.

진보신당에 최후통첩을 하면서 “진보신당과 통합 논의가 최종 성사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다. 유시민과 함께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한 것도 모자라, 진보통합이 살얼음판인 지금 광주에서 유시민과 함께 북콘서트를 하겠다고 한다. 이정희 대표는 진보통합을 파탄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는 것인가.

“정권의 공안탄압에 당당히 맞서”고 “한반도의 평화를 되찾”겠다지만, 정작 실천에서는 ‘일심회’ 조작사건으로 공안탄압을 하고, 평택 미군기지를 확장이전하고,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착수한 노무현 정부의 계승자들과 동맹을 하려 한다.

사실 이정희 대표는 노무현 정부 기간 동안은 민주노동당 밖에 있었고 2006년에는 열린우리당의 서울시장 후보인 강금실 지지선언에 동참했었다. 그러다가 2008년에 민주노동당의 비례후보가 되면서 정치무대에 등장했던 것이다. 그가 노동자당의 원칙에 맞게 행동하고 자본가당과 분명히 거리를 둔다면 이런 과거가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비 진보정당 인사가 급진화하면서 진보정당의 외연이 확대된 고무적 사례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종종 운동을 방어하는 구실을 하기도 했지만,) 당 대표가 된 후 그의 행보는 대체로 계급타협적으로 흐르고 있다. 이미 2009년부터 “민주당과 한나라당 사이엔 실개천이 흐르지만, 민주당과 진보정당 사이엔 장강이 흐른다”는 사실을 부정하며, 자신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의 강 “중간쯤에 있”다고 말했다. 당 대표가 된 후 그는 부유세 같은 민주노동당의 급진적 정책들을 희석시키고, 급진적 성격의 당 강령을 폐기하는 데 앞장서고, 나아가 진보의 분열까지 불사하면서 참여당과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2010년 자신의 정치에세이의 추천사를 참여정부 당시 국무총리였던 이해찬에게 받기도 했다. 내년 총선에서는 이해찬의 지원 속에 관악에서 출마하려 한다. 이런 행보는 그가 과연 노동자당의 대표로서 원칙과 정체성을 지키려고 하는지 의심케하고 있다.

진보대통합의 취지는 진보의 통합을 통해 한나라당의 반동적 질주를 막자는 것이지, 진보의 원칙을 훼손하며 이미 쓰라린 배신을 안겨 준 세력과 묻지마 통합을 하자는 것은 아니었다. 이정희 대표는 당장 참여당과의 통합 시도를 중단하고 진정한 진보통합의 길에 복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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