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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를 피했더니 더블딥이 다가오는 미국 경제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소위 초당적 합의로 미국은 가까스로 파산선언 위기에서는 벗어났지만 경제가 심각한 침체에 빠져 있다는 본질적인 면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미국경제는 지난 1분기와 2분기에 기대한 만큼 실적을 내지 못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 부진을 아랍 혁명으로 인한 고유가와 일본 대지진 여파로 돌리고 싶어했다. 하지만 일본 대지진 이후 미국의 산업생산이 크게 위축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아랍 혁명 이전부터 미국 경제는 위축되기 시작했다.

지난 7월 30일자 〈뉴욕타임스〉 사설은 “소비자들이 지출을 극도로 삼가고 있고 주택시장은 버블 붕괴 이후 최저점을 기록한 가장 최근의 보고서가 보여 주듯이 이제 전통적인 경기부양책 ― 소비지출 증대와 부동산 가격상승 ― 이 경기를 회복시키지 못하다는 점이 명확해졌다”고 지적했다. 이 사설은 현재의 미국경제가 대공황 시절 뉴딜 정책으로 반짝 회복을 보이다가 1936~37년에 다시 침체에 빠진 것과 비교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위기는 2000년대 이후의 수익성 하락과 이것을 은폐시켜 주었던 세계경제의 불균형에서 비롯한다. 미국 경제는 2000년 들어 지속적으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지만 해외자본의 국내유입으로 벌충했다.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상수지 흑자로 이루어진 글로벌 저축잉여 ― 벤 버냉키가 말한 저축과잉(saving glut) ― 가 미국으로 유입되면서 자산효과(wealth effect)를 낳았다. 하지만 2008년에 축제는 끝났고, 이제 남겨진 쓰레기를 치워야 할 때다.

폴 크루그먼은 미국의 실업률이 10퍼센트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경기회복을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어 고용이 늘고 있지 않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9.2퍼센트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초당적 합의 이면에는 복지재정을 줄이고 임금을 인하하며 노동조합 권리를 축소하는 것에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번 합의안을 보면, 향후 10년 동안 1조 달러의 재정지출을 줄이고 양당의 특별위원회가 마련하는 추가 감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조치로 인해 줄어드는 재정지출은 복지 재정이 될 공산이 크다.

‘초당적 합의’의 이면

오바마 정부는 경제 위기를 핑계로 1930년대 대공황 때 만들어진 사회보장 제도를 축소하고 린든 존슨 대통령 때 만들어진 메디케어(노인들을 위한 의료보험)를 축소하고 있다. 오바마는 메디케어를 민영화하려고 10년 동안 1천4백50억 달러의 예산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영화 ‘식코’의 감독 마이클 무어는 “오바마의 정책은 단일 보편적 보험체계가 아니다. 모두를 포괄하지도 않고, 비영리의 성격도 아니다. 여전히 수십만 달러를 보험기업과 제약기업의 손에 넘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민간부문 노동자들의 노조결성권을 손쉽게 하는 노동자자유선택법안(Employee Free Choice Act)을 지지한다고 하지만 이 법안의 통과에 열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오바마는 경제위기로 곤경에 처한 월스트리트를 위해 돈을 퍼부었고 부도 난 은행가들에게 수조 달러의 예산을 제공했다. 오바마가 ‘변화’와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며 대통령에 당선했지만 자기 지지자들을 공격하고 기업주의 이익을 옹호하며 공화당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을 두고 좌파 저널리스트 켄 실버스타인은 ‘오바마 주식회사’라고 비꼬았다.

노동자들의 집단교섭권을 없애고 임금과 연금 그리고 건강보험을 축소하며 교사들을 공격하는 일이 이미 미시간주, 인디애나주, 오하이오주 그리고 위스콘신주 등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익들은 은퇴자들이 젊은이들의 희생으로 안락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고 악선동을 하지만 복지예산이 축소되면 나이 든 자기 부모를 개인적으로 부양해야 한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공격에 맞서 노동자들이 저항할 수 있다는 점을 위스콘신주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이 잘 보여 줬다. 지난 3월 위스콘신주 공화당 주지사 스콧 워커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삭감하는 ‘예산 수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3만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1930년대 대공황 때 누구보다 자본주의 체제를 옹호했던 케인스도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방책이 경제위기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내수를 침체에 빠뜨리기 때문에 오히려 해롭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저항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들을 공격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도가 없는 것이 기업주들의 운명이다.

미국 경제의 디폴트 선언이라는 한바탕 소동은 지나갔지만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는 여전히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불투명하고 그래서 지배자들은 더욱 불안하다. 그리스의 디폴트 선언이나 남유럽의 재정위기가 스페인으로 확산했다는 소식이나 중국의 거품 붕괴 같은 긴급뉴스가 뜨면 미국과 세계경제는 또 한 번의 발작 증세를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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