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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자금 비리

대선자금 비리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기성 정치

김인식

대선 자금 비리를 둘러싼 정치 위기가 기성 정당들을 옭아매고 있다.

한나라당이 특검법 재의결을 밀어붙이자 검찰이 반격을 가했다. 검찰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이회창의 핵심 측근인 서정우를 긴급 체포했다.

흔히 권력 쟁투가 첨예해지면 은폐돼 있던 지배 계급의 추악한 비밀들이 폭로된다.

대기업들이 한나라당에 건넨 대선 자금 액수는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돋궜다. 한나라당 대표 최병렬은 “불법 대선 자금의 총 규모는 4백억∼5백억 원”이라고 인정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액수가 이 정도다.

한나라당이 LG로부터 돈을 건네받은 수법(‘차떼기’)은 마피아의 비밀 거래를 떠올리게 한다.

생활고와 빚에 쪼들려 하루에 3명꼴로 자살하고 청년 실업률이 8퍼센트나 되는 상황인데도, 사회 상층부 인사들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돈을 주고받았다.

한나라당의 대선 자금 비리는 우리 사회에 깊게 패여 있는 빈부 격차(계급 양극화)를 다시 한 번 밝히 드러냈다.

한편, 노무현 정부도 대선 자금 비리에서 자유롭지 않다. 최병렬은 “노무현 대통령 캠프측도 최소한 [한나라당의] 30∼50퍼센트는 받았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노무현이 이회창과 함께 유력한 대선 후보였기 때문에 기업들이 적지 않은 ‘보험금’을 냈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미 노무현의 핵심 측근들이 비리 혐의로 줄줄이 구속되거나 조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대선 자금 문제까지 터진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대선 자금 비리는 기성 정당들이 위기의 심연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짓누르는 무거운 돌이 된 것 같다.

파병, 노동자 탄압, 핵폐기장 건립 등 많은 쟁점에서 이미 대중적 지지를 상실한 기성 정당들이었다. 그런데 대선 자금 같은 충격적 비리가 폭로되기 시작했으니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이들을 불신할 것이다. 그들은 국민의 대표가 아니다. 그들은 많은 문제에서 대중의 진정한 의사를 대변하지 않았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50퍼센트가 넘는 사람들이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답변하는 것은 이런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노무현도 측근 최도술의 비리가 터지자 “신뢰성 위기”를 자인했다. 한나라당이 대선 자금 비리 방패용으로 특검을 요구하려다 취소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신물

정당성과 신뢰성을 모두 잃어버린 지배자들은 물리력에 의지하곤 한다. 1970∼80년대 군사 독재자들이 그랬다. 정도는 덜했지만, 김영삼과 김대중도 위기에 직면하자 힘에 의지해 통치했다. 노무현 정부가 최근 들어 부쩍 경찰력에 의지하는 것도 이런 위기의 반영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대중의 반감을 사게 될 것이다. 노무현이 구세력과 다를 바 없는 부패하고 반개혁적인 통치를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갈수록 그에 대한 저항 또한 거세질 것이다.

한편, 대선 자금 비리는 기성 정당의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다. 최병렬은 이회창을 속죄양 삼아 위기를 벗어나고 싶어한다. 그리 되면 한나라당내 구주류와 신주류의 내분이 격화될 수 있다.

다른 한편, 한나라당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노무현의 대선 자금 비리를 물고늘어지려 할 것이다. 여야간 분열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이다. 지배 계급의 분열은 우리 편이 반격하기에 좋은 조건을 제공한다.

흔히 권력 이동과 정치 위기 같은 불안정한 시기에 부패가 부각되곤 한다. 노무현 정부가 집권 1년도 안 돼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것은 그만큼 위기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1917년 2월 러시아 혁명의 배경은 제1차세계대전과 짜르의 부패였다. 사실, 많은 역사적 격변이 그와 비슷한 배경에서 일어났다.

노무현 정부와 한나라당의 부패는 이들의 반동적 조처들(가령, 이라크 전쟁 지지와 파병, 노동 억압적 법률 입안)과 함께 대중의 격렬한 반감과 저항을 부를 것이다.

우리 운동은 노무현 정부와 기성 정당들의 부패 스캔들 위기를 운동이 전진할 수 있는 기회로 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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