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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에 반대한 에이즈 감염인과 성소수자들에게 연대를!

지난 8월 26일부터 30일까지 부산에서 개최된 제10회 아시아태평양에이즈대회(ICAAP, 아이캅)에서 벌어진 경찰의 만행을 고발하고자 한다.

아이캅은 에이즈와 관련해 가장 큰 규모의 국제 학술대회 중 하나이며, 2천여 명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감염인, 성소수자, 성노동자 등이 모이는 연대의 장이다.

애초에 한국 정부는 이 대회의 당사자인 HIV/AIDS(에이즈) 감염인, 성소수자, 성노동자 등이 입국하는 것을 꺼렸다. 어떤 활동가는 아예 입국이 금지됐고, 한 트랜스젠더 활동가는 입국 심사 때 성기 모양을 확인하겠다는 등의 모욕적 발언도 들어야 했다. 정부가 이 대회를 전혀 지원하지 않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이 대회의 슬로건처럼, ‘감염율 제로, 사망률 제로, 차별 제로’를 위해 한국 활동가들은 이 대회를 성실히 준비해 왔다.

8월 27일 아이캅 대회장에서 열린 한미FTA 반대 시위 "우리의 생명을 거래하지 말라 "

특히 한미FTA 비준안이 국회에 상정된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한미FTA에 반대하는 행동이 절실했다. FTA가 발효되면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특허권이 대폭 강화되기 때문에 에이즈 치료제의 복제약 생산이 불가능해진다.

지금도 전 세계 환자의 60퍼센트가 특허권 때문에 필요한 약을 먹지 못하고 죽어간다. 이처럼 FTA와 특허권은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한 생명포기각서다.

이 문제는 아태지역 활동가들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한미FTA는 앞으로 아태지역에서 이뤄질 신자유주의적 협정들의 본보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도-EU FTA에 맞서 싸우고 있는 인도 활동가들의 목소리도 중요했다. 전 세계 복제약 생산의 80퍼센트를 차지하는 인도가 FTA를 체결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위협받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국내외 활동가 2백여 명은 27일 낮 아이캅 대회장 앞에서 한미FTA 반대 시위를 벌였다. 우리의 시위는 평화롭게 진행됐으며 아이캅 조직위원회와 미리 협의까지 마친 상황이었다.

그러나 경찰이 몰래 들어와 시민을 가장하고 사진 채증을 하고 있었음이 밝혀지면서 대회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신분이 노출되면 혐오와 차별에 직면하는 감염인들의 얼굴을 무단 촬영한 것도 모자라 채증에 항의하는 변호사를 연행했다.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은 병원에 찾아와 형사처벌하겠다며 위협하기도 했다.

에이즈대회 참가자들은 대회가 끝난 뒤에 국내 활동가들이 민형사상 처벌을 당하지 않도록 조직위 등에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고 경찰과 정부에 사과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의 인권이 땅에 떨어졌음을 국제적으로 공표한 셈이다.

한국 정부는 에이즈라는 병을 가지고 있거나, 성노동자라는 이유로 누군가의 입국을 거부하거나 모욕감을 안길 권리가 없다. 정부는 입국을 거부당한 해외 활동가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혐오와 낙인 속에 있는 HIV/AIDS감염인들에게 연대해 달라. 우리가 부당한 처벌을 받지 않도록 방어해 달라. 무엇보다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장사하려는 한미FTA를 함께 거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