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7년:
초착취와 고통의 7년은 이제 끝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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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로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지 7년이 지났다. 정부는 이 제도가 성공해 왔다고 자축을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어서 빨리 이 제도를 폐지하라고 요구한다. 고용허가제는 한국 정부가 매해 쿼터를 정해 해외에서 부족한 노동력을 수입하는 제도인데, 구직부터 직장 변경에 이르기까지 모든 절차에 엄격한 제한을 둬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완전히 부정한다.
8월 20일 ‘이주공동행동’이 주최한 ‘실패한 고용허가제 7년, 대안을 말하다’ 토론회에서도 폐지 요구가 높았다. 이 토론회에 네팔, 필리핀 이주노동자 30여 명을 비롯해 여러 단체의 활동가들이 참가했다. 이날 토론회 발표자로 참가한 네팔 출신 노동자는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에게 적은 기회와 권리를, 사장에게는 초착취할 수 있는 모든 권리를 부여한 제도”라며 정부가 말하는 “동등 대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규탄했다. 그는 이 제도 때문에 경제적·법적 불이익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도 너무 심하”다며 최근 자살한 이주노동자들의 사례를 고발했다.
미셀 이주노조 위원장은 이 제도의 주요 명분 중 하나인 ‘송출 비리로 인한 고비용 입국을 방지한다’는 목적도 실패했다고 말했다. 미셀 위원장은 “이 제도에서 나타나는 부패와 비리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며 심지어 “브로커들이 고용지원센터 안에서 버젓이 활동을 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이날 토론자들은 모두 고용허가제 자체가 심각한 문제덩어리지만, 특히 직장 변경 금지, 5년 미만의 단기 체류만 허용해 정주를 금하는 내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셀 위원장은 “정부는 사회적 비용 증가를 막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의 정주를 금한다고 말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서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는 커다란 기여를 이미 하고 있고 세금도 내며 한국에서 소비를 한다”며 정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문제 덩어리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영 사무처장은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고용허가제 하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발생 비율이 현저히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2010년 귀환 대상자 중 24퍼센트가 미등록으로 남아 있으며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에만 8천1백 명이 미등록 체류로 남을 것”이라며 “고용허가제는 노동허가제로, 단기 순환은 영주 허용으로 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필자도 토론자로 참가해 “고용허가제의 온갖 규제들은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노동자들의 처지에 차별을 두어 분열시키는 데 이용”되고 있으므로 이런 규제들을 폐지하는 것이 노동자들의 단결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주노동자 운동 진영이 과거에 악명높았던 ‘산업연수제’ 폐지 투쟁을 해서 성공했던 것처럼, 고용허가제에 대한 명백한 폐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서로 단결해 정부에 맞서자고 주장했다.
토론회에서 이주운동진영이 고용허가제 폐지라는 공통의 목소리를 낸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한 참가자의 주장처럼 “고용허가제 시행은 이 제도에 대한 입장을 둘러싸고 이주 운동의 분열을 낳았고 이 때문에 운동이 매우 약화”돼 왔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 고용허가제 폐지를 위해 이주노동자들과 연대해 함께 투쟁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