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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 평화비행기 참가기:
“강정 바당 지켜줍소”

9월 3일 평화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강정마을 해안가의 농성장은 경찰이 막아 놓은 디귿 자 펜스로 둘러싸여 있었다. 경찰이 겹겹이 둘러싼 펜스는 삼성과 대림건설이 착공을 시작한 해군기지 건설부지와 해군기지가 생기면 없어질 12킬로미터의 구럼비 바위가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담벼락이었다. 40일째 농성 중인 현애자 전 의원은 경찰이 “사람들이 구럼비를 보게 되면 자신들(경찰)이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농성장을 봉쇄한 경찰을 규탄했다.

농성장 주변의 중덕 삼거리 곳곳에는 무장한 경찰들로 가득했다.

강정마을 곳곳의 육지 경찰들 제주도민들은 제2의 4.3이라고 말한다.
탈 인형에 대나무 손잡이가 달렸다는 이유로 콘서트장 출입을 막는 경찰들

강정마을 주민들뿐 아니라 제주도 곳곳에서 온 도민들은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경찰을 본 것은 난생처음이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강정마을 곳곳에 걸려 있는 “제2의 4·3 육지경찰 물러가라”는 현수막이 이를 잘 보여 준다.

강정마을 운동장에서 열린 문화제는 평화롭게 치러졌지만 경찰은 이명박 탈을 쓴 인형이 행사장에 들어가는 것도 막아 충돌을 유도하기도 했다. 탈 인형에 대나무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육지에서 온 4백여 명을 포함한 약 2천여 명은 평화콘서트, 춤을 포함한 각종 문화행사에 밤새 참여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해군기지 반대를 위해 전국 곳곳에서 내려온 분들에게 한 명 한 명씩 손을 잡으며 연신 “강정바당(제주도 말로 바다) 여러분들이 지켜 줍소” 하고 말했다.

강정마을 곳곳에는 해군기지를 반대하고 경찰을 규탄하는 현수막으로 도배가 돼 있었다.

STOP Military Base 강정마을 평화콘서트장 주변에 도배되어 있는 연대 메세지 현수막
STOP Military Base 영어 팻말을 들고 있는 강정마을 부회장(좌)과 평화활동가

“강정마을 해군기지 막아내어 후손들에게 죄인되지 맙시다.”(강정마을 회장), “힘내라 강정, 지키자 평화”, “고마해라 사대강 공사로 온 나라 말아먹고 해군기지로 제주도까지 팔아먹느냐”(안동시민연대), “붉은벌말똥게, 돌고래도 살고 싶다”, “방 빼라 해군”, “강정마을 이 땅에 해군기지 왠말이냐”.

쇠사슬 시위 망루

천주교 인권위, 민주노총,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각 광역시도당, 농민회, 철도노조와 공무원노조 등의 현수막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강정당 서울시지부라는 명의로 여러 개인들의 현수막도 즐비했다. 해외의 평화활동가들도 눈에 띄었다. 대만에서 온 에밀리 왕(Emiiy Wang)이 지은 구럼비 마을의 노래라는 제목의 시에는 “세계 곳곳의 평화활동가들도 강정마을에 모이고 있어요”라는 글귀도 있다.

9월 4일 영장실질심사 결과 해군기지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김종일, 김미량, 고유기, 홍기룡 등 네 분의 구속이 확정됐는데, 이들을 즉각 석방하라는 현수막도 많았다.

강정마을 내 코사마트 사거리에서 문정현 신부 등이 주최한 ´평화미사´도 열렸다. 문 신부는 “이것을 막지 않으면 한국 민주주의가 말살당하는 것이다. 주민 1천 명 중 80명을 앉혀놓고 찬성이라고 한다. 이곳은 민주주의의 성소가 돼야 한다” 하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해군기지 집행 과정에서의 모든 문제점들을 국회 내에서도 밝히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 정동영 의원도 농성장을 방문했는데 그는 “항상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려야 하는데 이번에도 그렇다”며 해군기지 집행 예결산 처리를 멋대로 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를 규탄했다.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만을 높일 제주 해군기지는 이명박 정부를 향한 분노의 또 다른 초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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