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익히는 마르크스주의 기초 개념:
민중전선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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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지도자들이 반자본주의적 요소가 포함된 기존 강령을 폐기하고 더 온건한 강령으로 대체한 것은 참여당과의 정당 통합이나 민주당과의 연립정부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을 ‘민중전선’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의회·선거 등에서 자유주의적 자본가당과 불가피한 전술적 공조와는 다른 것이다.
민중전선은 노동자 정당이 자본가 정당과 연립 정부를 수립하려고 전략적으로 동맹을 맺는 것이다. 따라서 연립 정부 수립을 위한 공통된 선거 강령에 바탕을 둔다.
1936년 프랑스 공산당처럼, 직접 연립정부에는 참여하지 않더라도 정부 바깥에서 계급동맹을 위해 노동자 투쟁을 자제시키면서 민중전선을 수행할 수도 있다.
민중전선은 노동자 운동의 요구 수준을 자본가 정당이 받아들일 정도로 낮춘다. 그리고 자본가 정당이 그들의 계급적 본질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 노동자들의 투쟁도 자제시킨다. 반대로, 연합 대상인 자본가 정당의 전력과 잘못된 노선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자본가 계급을 폭로하거나 비판하지 않고 오히려 진보적 색깔을 입혀 준다. 그래야 전략적 동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원래 이런 계급연합은 사회민주당의 주특기였다. 사회민주당들은 20세기 초반부터 배신적으로 계급연합을 추구하며 노동운동을 막다른 길로 끌고 갔다.
레닌과 트로츠키가 주도한 초기 코민테른은 사회민주당의 계급연합을 격렬하게 비판했다.
그런데, 스탈린이 지도한 코민테른은 1935년 7차 대회에서 사회민주당보다 더 노골적으로 계급협력을 추진하는 민중전선 노선을 채택했다.
스탈린주의에 용감하게 맞선 트로츠키는 누구보다도 탁월하게 민중전선의 재앙적 결과를 경고했다. 트로츠키는 “프롤레타리아와 부르주아 사이의 정치 연합은 그 기본 이해관계가 180도 반대인 두 계급 사이의 동맹인지라 프롤레타리아의 혁명 세력을 마비시키는 데만 이바지할 뿐이다” 하고 지적했다. 따라서 민중전선은 “부르주아와의 동맹을 위해 프롤레타리아트를 배신하는 것”이다.
재앙으로 가는 길
트로츠키의 경고는 현실이 됐다. 1936년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집권한 민중전선 정부는 혁명을 성공시킬 수도 있었던 노동계급 투쟁을 재앙적 패배로 이끌었다.
파시즘에 맞서려면 노동계급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힘을 최대한 동원했어야 했다.
그런데 민중전선 정부는 노동자들을 수동화시키고 노동계급의 자주적 활동과 계급의식 발전을 저해해, 노동계급이 반동에 저항하지 못하게 마비시켜 버렸다. 결국 파시즘이 승리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최규엽 새세상연구소 소장은 민주노동당의 새 강령인 ‘진보적 민주주의’가 코민테른 7차 대회에서 채택된 민중전선 노선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주장한다.
최규엽 소장은 ‘진보적 민주주의’ 전략이 2차 세계대전 후 많은 제3세계 나라들에서도 시도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참혹한 결과는 말하지 않는다. “민족·민주 혁명”이라는 망상을 좇아 자본가 정당과의 계급연합을 추구하다 1958~1962년의 이라크, 1965~1966년의 인도네시아, 1978~1979년의 이란 등에서 노동운동은 일련의 재앙적 패배를 겪었다.
한국의 민중전선론자들은 미 제국주의와 한나라당, 그리고 재벌에 맞서 중소자본가들과도 폭넓게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하청·계열화돼 있어 재벌과 재벌 정당인 한나라당에 일관되게 반대할 수 없다.
중소자본가들은 미 제국주의에 맞선 투쟁에도 동맹 세력이 될 수 없다. 미국을 꼭대기로 하는 위계적 제국주의 체제 속에 깊이 편입되는 것이 한국 자본가 계급에도 이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소자본가들의 연합체인 중소기업협동중앙회는 비정규직 확대에 동의하고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고 한미FTA와 한국군의 해외 파병 등에 동의하는 등 반노동자적이고 친제국주의적 성향을 보여 왔다.
물론, 사회 변화를 위해서는 노동계급뿐 아니라 광범한 피억압 민중과 중간계급의 일부도 끌어들여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 계급이 전체 민중을 위한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세력임을 강력한 투쟁을 통해서 보여 줘야 한다.
그러나 민중전선은 노동계급의 힘을 마비시켜 결과적으로 우파들의 힘만 강화해 주므로 피억압 민중과 중간계급을 우리 편으로 넘어오게 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