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익히는 마르크스주의 기초 개념:
공동전선은 무엇이고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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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와 그 동맹 세력들은 경제 위기 속에서 노동계급과 피억압자들에게 고통전가를 시도할 것이다. 특히, 노동계급 정치 조직들의 분열과 위기를 이용해 ‘친북좌파’와 급진좌파에 대한 마녀사냥도 더한층 강화하려 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이 광범하게 단결해야 하고 이것을 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공동전선 전술이 중요하다.
공동전선은 1921년과 1922년에 열린 코민테른 3차와 4차 대회에서, 러시아 혁명을 승리로 이끌었던 레닌과 트로츠키가 제안한 전술이다. 당시 공동전선이 제기된 배경은 1917년 러시아 혁명의 여파로 들끊던 서유럽의 혁명적 물결이 가라앉고 자본가들의 공세가 강화되자, 가능한 한 폭넓은 대중운동을 건설하기 위해 노동계급의 단결이 시급했던 것이다.
그래서 코민테른은 “공산주의자든, 사회민주주의자든, 생디칼리스트든, 기독교 혹은 자유주의적 노동조합의 조합원이든, 어떤 노동자도 그들의 임금이 급속히 깎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모두가 고용주의 공세에 맞서 공동전선으로 연합하자”고 제안했다.
이렇듯 공동전선은 사회주의자들과 개혁주의 세력이 우파와 자본가들에 맞서 공통의 과제와 요구(쟁점)를 중심으로 단결해 대중운동을 건설하기 위한 전술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하에서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은 광범한 단결이 아니라 분열을 거듭해 왔다. 2004년 총선 직후 민주노동당은 지지율 15퍼센트의 정당이었고, 조직 노동계급의 광범한 지지를 받았으나 2008년 분당 이후 5퍼센트 밑으로 주저앉았다. 게다가 2011년 국민참여당의 무리하고 무원칙한 통합 추진과 그 후폭풍으로 지금은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 진보신당 등으로 더 사분오열했다.
이번 대선에서 진보정치는 ‘각자도생’하며 더욱더 주변화됐다. 진보정치의 분열은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조직 노동계급에까지 악영향과 폐해를 낳고 있다.
2008년 이후 세계경제 위기의 도래 등 정세가 반신자유주의·반자본주의 진보진영의 성장에 비옥한 토양이 될 수 있었음을 감안한다면, 진보진영과 노동운동 조직의 분열은 시급히 극복해야 할 과제다.
대중운동
그래서 1920년대 초 레닌과 트로츠키가 제안했듯이 각 조직의 이념과 강령, 조직을 유지·존중하면서, 박근혜 정부에 맞서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공동요구들을 중심으로 대중운동을 건설하는 공동전선이 필요하다. 정치적 차이에 대한 토론과 비판은 이런 공동 행동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한편, 사회주의자들이 광범한 단결과 통합만 배타적으로 강조하면 대중운동의 한복판에서 나침반 없는 항해사처럼 쓸려 다니기만 할 수 있다. 공동전선은 사회주의자들이 개혁주의 세력과 함께 투쟁하기 위한 것이지만 그것을 통해 개혁주의를 지지하는 노동자들을 혁명적 정치 쪽으로 이끌기 위한 전술이기도 하다.
사회주의자들에게 공동전선은 노동운동 진영의 단결을 추구하면서도 투쟁의 전망을 제시하고 가장 적극적인 투쟁 부위가 돼 변혁적 대안의 올바름을 대중에 입증하려는 전술이다. 그래서 트로츠키는 공동전선 전술을 제시하면서 “공동전선을 형성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완전한 정치적 독립성과 비판의 자유”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지난해 ‘민중의힘’ 출범 과정에서 노동자연대다함께를 비롯한 급진좌파들이 “진보진영이 민주당과 연대·연합을 위해 민주당 비판을 삼가면 안 된다”는 문제제기를 하자, 일부 개혁주의자들은 “연대는 상호 비판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민주당 비판을 껄끄러워했다.
그러나 공동전선은 노동운동 조직들의 광범한 단결과 협력을 추구하면서도 부르주아 정당(자본가 계급 내에서 부차적인 세력인 민주당)과의 전술적 제휴를 넘어선 전략적 동맹에 반대하는 것이고, 공동전선 안에서 사상투쟁과 전술에 대한 논쟁의 자유를 전제로 한다.
트로츠키는 공동전선 전술이 실패하는 두 가지 유형으로 “대중의 반응을 전혀 끌어내지 못할 급진적 구호들을 내세워 개혁주의자들에게 공동투쟁을 제안하는 것”과 “당의 독자성을 희생시키고 공동전선에 참여한 조직들의 뒤꽁무니를 쫓는 것”이라고 했다.
사회주의자들은 1920년대 초 코민테른의 유산을 적용해 독립적인 변혁 정치조직을 건설하면서도 박근혜의 공격에 맞서는 광범하고 다양한 공동전선 건설에 함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