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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계속되는 곽노현 논란:
진보운동의 원칙과 전통을 지켜야 한다

역겨운 우파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서는 곽노현 교육감의 잘못을 비판할 수 없다는 주장을 둘러싸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우파들이 곽 교육감을 비판하는 것은 뻔뻔함의 극치다. 지금까지 이명박 측근·친인척 비리 관련자는 알려진 것만 해도 측근이 19명, 친인척이 13명으로 총 32명이나 된다.

또,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16차례 개각을 단행했는데 총리·장관 후보자 총 57명 가운데 부동산 투기·탈세·논문표절·병역기피·위장전입 등 주요 의혹이 두 건 이상인 후보자가 무려 46명이나 됐다.

무엇보다 BBK부터 최근 내곡동 게이트까지 이명박 자신이 부패했다.

이명박을 비롯해 총체적으로 부패한 이들 보수 우파 세력이 곽 교육감을 비판할 자격이 없음은 명백하다.

그런데 검찰은 우파의 끝도 모를 부패에는 한없이 관대하다. 이국철 게이트는 구체적 실명 거론과 정황 설명이 있는데도 덮기 바쁜 검찰이 곽 교육감 사건에는 속전속결이었다. 법원도 무죄 추정 원칙을 어기고 추석 하루 전날 곽 교육감을 구속한 데 이어서 보석 신청도 기각했다.

〈동아일보〉는 “곽 교육감이 보석으로 풀려났으면 직무에 복귀해 학생인권조례, 고교선택제 폐지, 혁신학교 신설 등을” 추진했을 것이라며 안도했다. 덧붙여 “이념에 치중”해서 “교육 현장을 들쑤셔 놓는 직선 교육감”이 더는 나와서는 안 된다고 했다.

대의와 신뢰

그래서 많은 이들이 이번 사건으로 우파들의 공세가 힘을 얻을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우파의 득세를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곽 교육감의 잘못까지 방어할 수는 없다.

일부에서는 돈을 건넨 사실 자체만으로는 “사퇴의 대가”라고 볼 수 없고, “선의의 부조”라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박동천 전북대 교수). 그러나 곽 교육감은 이미 개인이 아니고 그가 돈을 건넨 사람이 후보단일화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제 아무리 ‘선의’를 의도했다 한들 이 문제는 ‘선의’를 넘어선 일이 돼 버렸다.

평범한 노동자의 입장에서 2억 원을 단지 ‘선의’로 건넸다는 것을 납득할 만하다고 여길 사람이 몇이나 될지도 의문이다.

“사람됨의 도리”를 인정하지 않는 “편협한 법률”이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한상희 건국대 교수). 물론 후보 개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는 점에서 현행 선거법의 불합리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래서 단일화한 후보에게 돈을 준 사실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지금껏 우파들이 저지른 후보 매수 행위도 모두 정당화될 수 있다. 집단적이고 공개적인 방식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해 나가던 운동의 전통을 되새겨야 한다.

일부에서는 법적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어떠한 판단도 내려서는 안 된다고도 말한다. 그러나 언제부터 기성 사회의 법률과 법원의 판단이 진보운동에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었는가? 법적으로 ‘유죄’냐 ‘무죄’냐가 아니라 그가 정치적으로 운동의 대의를 거슬러 대중의 신뢰를 깨뜨렸다는 것이 핵심이다.

곽 교육감을 비판하고 진보진영에 ‘도덕’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진중권 씨는 졸지에 〈조선일보〉에 세뇌당해 검찰의 논리를 반복하는 사람으로 몰렸다. 그러나 진보진영이 곽 교육감의 잘못을 인정한다고 해서 그것이 검찰 좋은 일 시키고 우파의 공세에 힘을 보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진보가 그의 행위를 방어하면 할수록 상처를 덧나게 할 뿐이다. 누가 봐도 이중 잣대고, 대중에게 진보진영 역시 다를 바 없게 보이게 해 ‘어차피 정치는 다 똑같다’는 냉소주의만 퍼뜨릴 뿐이다. 이런 냉소주의는 우파의 공세를 막아내고 개혁을 이룰 수 있는 진정한 동력인 대중의 힘을 모으기 어렵게 한다.

최근 교사들의 자신감이나 노동운동 전반의 투쟁력이 예전만 못한데, 아마도 이것이 더 나은 교육을 바라는 진지한 활동가들의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곽 교육감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키우는 배경인 듯하다. 전교조 지도부가 올 초 스스로 투쟁을 자제하겠다고 표명하고 중요한 투쟁 과제들을 외면해 온 것도 이런 정서를 부추기는 데 한몫했을 것이다.

그러나 곽 교육감은 이미 신뢰를 잃고 우파에게 약점이 잡혀서 교육감직을 유지하더라도 우파의 포로가 돼 끌려 다니는 처지가 될 가능성도 크다. 이런 곽 교육감에게 무비판적으로 의존할수록 교육 개혁은 더 힘들어질 수 있다.

곽 교육감 사건 자체가 소수 명망가를 중심으로 운동을 벌이고 이들이 운동을 좌지우지하는 위로부터 개혁주의의 한계를 보여 준 것이다. 소수 명망가들에게 의존하는 태도가 그들이 운동의 규율과 전통을 쉽게 무시하고 운동의 통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한 것이다.

우파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막아내려면 곽 교육감에 대해 무비판적이어서는 안 되고, 개혁을 위한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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