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4일 주한미군 병사가 동두천 시내 한 고시텔에서 여성 청소년을 흉기로 위협하고 4시간 동안 엽기적인 방식으로 성폭행했다. 이달 17일에도 서울 마포에서 미8군 소속 병사가 동일한 방식의 성폭행을 저질렀다.
동두천 사건에서 경찰은 범행 이틀 뒤에야 조사를 했고 이후 범인은 미군 측에 넘어갔다. 경찰은 심지어 미군 측에 범인을 넘겨 달라는 요구조차 하지 않았다.
한미 주둔군 지위 협정(이하 SOFA)에 따르면 현행범을 체포한 경우가 아니면 미군을 구금할 수 없고, 신병 인도 요구도 미군 측이 불응하면 강제할 수 없다.
올 초 2월에는 동두천 70대 노부부 살인 사건이 있었다. 최근에는 1997년 이태원 살인 사건의 범인 패터슨(미군 자녀로 SOFA의 적용을 받았다)도 잡혔지만 신병 인도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이런 사건들로 많은 이들이 2002년 두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사건을 떠올리며 분노하고 있다.
그래서 한미 양국은 서둘러 사태를 수습하려 한다.
미2사단장은 사과 성명을 발표했고 범인은 뒤늦게 구속기소 됐다. 외교통상부 장관은 10월 5일 국정감사에서 SOFA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한미 양국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 사건이 2002년과 같은 저항의 불씨가 될까 봐 겁내는 것이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전 주미대사 버시바우의 전송문을 보면 이명박은 노무현 당선의 핵심 이유를 여중생 미군 장갑차 압사 사건으로 꼽는다.
하지만 정부는 벌써부터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양국 간의 관계 악화”를 운운했고 SOFA “개정”을 은근 슬쩍 “개선”으로 누그러뜨렸다.
그러나 2001년 SOFA 2차 개정 이후에도 미군 인구당 범죄율은 계속 증가했다. 2001년 이후 미군 범죄 총 4천6백 건 중 현행범으로 구속 기소된 사건은 단 2건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주한미군의 역사는 온갖 끔찍하고 잔인한 강간·살인 범죄들로 얼룩져 있다.
따라서 SOFA의 전면 재개정이 필요하고, 나아가 미군 기지의 존립 자체를 문제 삼아야 한다.
최근 제주해군기지 설립이나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반도를 예비 전장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그럴수록 동북아시아 평화는 위협받고 온갖 범죄 때문에 남한 민중은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