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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김수행 교수 강연에서 느껴진 학생들의 급진화

10월 31일 연세대학교에서 오늘날 자본주의 위기와 미래에 관한 김수행 교수의 강연이 있었다. 국내의 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학자 강연에 대학생들이 어떤 관심을 보일지 궁금해하며 강연에 참석했다.

학내 주요 시설들의 영업이 끝나고 땅거미가 진 늦은 저녁이었음에도 학생 30여 명이 모였다. 전에 내가 참석했던 교내 진보적 주제의 강연들에 비하면 꽤 많은 편이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혼자 왔거나 많아야 두셋이서 같이 온 듯 보였다.

밤 9시까지 진행된 강연이었고, 경제라는 다소 딱딱한 주제였음에도 강연 중간에 가는 사람을 보지 못했고 청중의 집중도가 높았다. 100분에 걸친 강연 이후에도 “노동자 계급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소련은 마르크스 이론의 실패와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 “월스트리트 시위를 노동자들의 혁명이라 볼 수 있는가”, “남유럽 재정위기의 해결방법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이 끊임없이 나왔고 발언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손을 번쩍 들어야만 했다. 자본주의 위기와 대안에 대해 알고자 하는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발언 기회를 얻어서 자본가들은 은행을 살리기 위해서는 수십 조 달러를 퍼부었지만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투자는 외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자본주의 자체가 문제라는 강연 내용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현했다.

물론 내심 강연에 아쉬움도 있었다.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위기를 설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이윤율 저하경향”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것이나, “(탐욕스러운) 1 퍼센트의 대부분은 금융자본이고 생산자본은 거의 포함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특히 그랬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금융만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문제라는 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제대로 분배되지 못하는 게 문제라는 점, [러시아 혁명이 변질한 것은] 인간본성 문제 때문이 아니라 러시아 혁명이 독일로 확대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우리는 지금 싸워야 한다고 주장한 것 등은 전체적으로 매우 좋았다.

한편, 나는 함께 간 사람들과 강연 시작 전과 끝난 직후에 입구에서 “자본주의가 아닌 세상은 가능하다”는 팻말을 들고서 〈레프트21〉을 판매했다. 5명이 신문을 구입했는데, 수고한다고 음료수를 사주고 간 사람과 신문에 관심을 보인 사람들이 있었다.

박원순 선거돌풍에서 보듯 20대는 서서히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 이런 자신감과 곧 다가올 학생회 선거철이 결합되면서 대학 내 정치적 논쟁과 활동들이 활발해질 수 있다. 이런 논쟁의 장을 놓치지 말고 참가하고, 거기서 만난 학생들에게 〈레프트21〉을 알리고 판매하기를 적극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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