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교원평가 시행 2년째다. 교원평가 도입 전에는 정부의 교원평가를 수용해 그 안에서 독소조항을 없애자는 주장도 있었고, 교사들이 평가를 거부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교원평가는 몇 개 문항의 체크리스트로 교사들을 점수 매겨 줄을 세우고 통제를 강화하는 것에 불과했다. 업무 폭증, 교육 주체들의 갈등 심화, 관리자와 교과부의 통제 심화, 수업 파행으로 얼룩진 교원평가에 대한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교원평가 반대를 주장하고 적극적으로 논쟁했던 이들의 노력이 옳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전교조는 교원평가 중단을 요구하는 학부모·교사 2만2천여 명의 선언을 교과부에 전달했다.
그런데 매우 아쉽게도 전교조 지도부는 선언을 열의있게 조직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교사들은 6천 명 정도만이 선언에 함께했다. 지난해 동료평가를 거부한 교사들이 4만여 명이나 됐고, 기층의 불만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보면 적은 수다.
지도부는 지금 ‘동료평가 거부’라는 한 줄뿐인 지침만을 내린 채, 실질적 대응은 지부와 지회에 맡겨두고 있다.
그러나 기층 교사들 사이에선 동료평가 거부만을 두고도 물음이 많다. 대통령령은 어떻게 봐야 하는지, 동료평가 거부 수준은 어때야 하는지, 거부 운동을 어떻게 확대할지, 학생·학부모에게 반대 선동을 해도 되는지 등.
지도부는 이런 물음에 답하며 동료평가 거부를 확대하고, 투쟁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교사들을 설득하고 운동을 확대할 수 있다.
비록 지금 현장 교사들의 자신감이 아주 높지는 않지만, 변화된 상황을 적극 활용한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올해 진보교육감이 있는 지역에서는 교원평가에 대한 강제성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강원 교육감은 강제 참가를 금지하고 자율적 참가를 보장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다른 지역에서도 교육청의 강요가 줄었다. 일부 학교에선 학생·학부모 참가도 저조하다.
특히, 전북교육감이 교과부 계획을 거부하고 학교 자율로 평가 방법을 선택하라고 한 결과, 서술형 평가방식을 선호하는 학교들이 많아졌다.
정부는 교원평가 법제화가 어려워지자 궁여지책으로 강제성을 높이려고 대통령령을 만들었지만, 진보교육감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파열구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전교조는 이런 가능성을 확대해야 한다. 전북지부가 투쟁을 통해 교육감을 압박해 자율성을 확보한 것처럼, 진보교육감이 있는 다른 지부들도 학교 선택권을 보장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더 나아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교육개혁의 과제로 교원평가 전면 폐지를 주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