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전문성을 기른다며 도입된 교원평가는 지난해 많은 문제점만 드러냈습니다. 학부모는 무엇을 근거로 무엇을 평가해야 하는지 몰라 학부모 평가 참여도는 바닥을 맴돌았습니다.
제 지인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집단으로 최하점을 주는 바람에 연세 지긋한 선배 교사가 재교육을 받았다고 합니다.
한 번 굴러간 바퀴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 이상 멈추지 않는 것처럼, 교원평가는 이미 많은 문제점을 야기했는데도 멈추지 않고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교육에서 교사·학생·학부모는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는 관계여야 합니다. 서로 견제하고 점수를 매기게 한다면 그 관계는 더는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것일 수 없습니다.
교원평가를 먼저 도입한 미국·일본 등의 사례는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학생 성적을 교원평가의 지표로 삼고 있는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성적 조작, 답 알려주기 등의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양심적인 교사들이 낮은 점수를 받아 교단에서 쫓겨나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경쟁”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요? 교원평가는 정부의 경쟁교육 방침에 따라 교사들을 줄 세우는 정책입니다. 경쟁은 누군가가 또 다른 누군가를 이기는 것을 말합니다. 승자와 패자가 생기지요. 누군가는 반드시 아픔을 겪어야 합니다.
교원평가가 교사들의 긍정적인 자기 성찰과 성장을 도모하고 있지 않음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평소 좀 더 나은 연수를 게을리하지 않고 하루하루 수업과 생활지도에 최선을 다하는 교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동료 평가에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동료 평가를 안 하면 불이익이 있을까 걱정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제 경험상 불이익은 없었습니다. 교원평가는 학생·학부모·교사 모두에게 의무사항이 아닙니다.
서울의 최홍이 교육위원은 동료 평가가 의무사항이 아님을 공지했는지 묻는 공문을 각 학교에 보내기도 했습니다.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공감하신다면 브레이크를 밟는 또 하나의 다리가 돼 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