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한미FTA 반대 집회 포스터를 못 붙이게 한 항공대 총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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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공대에 한미FTA 반대 집회 참가를 호소하는 포스터를 붙이러 갔다.
그런데 항공대 총학생회 지지자로 보이는 학생들이 한미FTA 반대 집회 포스터가 총학생회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며 떼는 것이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항공대학교 당국의 직인을 받으러 가는데, 그 학생들이 ‘학내 미화’문제와 “모든 종류의 홍보 포스터는 총학생회의 직인을 받아야 한다”며 나를 총학생회실로 데려 갔다.
현재 항공대 총학생회 경향은 2010년에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을 탈퇴하고, 올해 상반기의 중요한 사회 쟁점이던 반값등록금 집회조차, “우리는 정치적 신념을 갖지 않기로” 했다며 “우리가 과연 이 집회에 가야 합니까?” 하고 묻는 대자보를 붙일 정도로 사회운동 참가에 매우 비판적인 총학생회였다.
이들은 최근 총학생회 선거에서 “기존 학생회의 변화”를 바라던 선본 부후보가 ‘학사경고’를 받았다는 이유로 후보 등록 자격을 박탈했다. 이 문제와 현 총학생회의 회계문제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여론 때문에, 현 총학생회를 계승하는 선본이 짧게나마 “반값등록금 실현과 학내포럼 개최”하겠다는 공약을 넣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은 내가 포스터를 붙인 것을 문제 삼으며 화풀이를 하려는 것 같았다.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집행부들은 내가 붙인 포스터를 보고 “항공대학교 학생도 아닌데 여긴 왜 왔냐?”, “한대련이냐?” 하고 따졌다. 나는 “한대련이 아니라 다함께에서 활동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음에도 다함께가 한미FTA 반대 범국민운동본부에 들어가 있고, 다함께 사이트에 한미FTA를 비판하는 책과 성명서가 있는 걸 보고 “한대련 맞네” 하고 비아냥거렸다.
심지어 “학생들이 이 집회 포스터를 보고 집회에 갔다가 연행당하면 책임질 거냐?”고 따지며 집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는 행동 자체를 문제삼았다. 그들은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와 사람들의 알 권리를 가로막으려는 몰상식한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는 “이 한미FTA 반대 포스터가 학내에 붙는 것은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들이 상의한 후에 결정하겠다”며, 나의 연락처와 이름을 알려 줄 것을 요구했다.
결국 나는 그들에게 내 이름과 다함께 서울서부지구 전화번호를 알려 주고 나왔다.
그러나 많은 시민들이 “MB의 영구집권”이나 다를 바 없는 한미FTA 비준 후에 자신들이 겪을 여러 문제 때문에 촛불을 들고 싸우는 분위기에서 항공대 총학생회의 태도는 어처구니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