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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혁명이 계속되다: 이집트 혁명과 중동의 민중 반란 2》:
파노라마 같은 아랍 혁명 심화 과정

지난 2월 이집트 민중이 혁명을 일으켜 독재자 무바라크를 쫓아내고 반란의 물결이 중동 전역을 휩쓸 때, 서방 정부와 기성 언론들은 이른바 ‘질서 있는 전환’을 주장했다. 기존 제국주의와 자본주의 질서가 유지되는 수준의 변화만이 바람직하다는 뜻이었다.

《혁명이 계속되다: 이집트 혁명과 중동의 민중 반란 2》 알렉스 캘리니코스, 사메 나기브 외 지음, 책갈피, 304쪽, 1만 2천원

그러나 사태는 그들의 바람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엮은이가 머리말에서 지적하듯이 아랍 혁명은 ‘진정’되기는커녕 “우여곡절을 겪으며 계속 진행돼 왔다. 어떤 곳은 학살로 얼룩지고, 어떤 곳은 제국주의의 개입으로 왜곡되기도 했지만, 굴하지 않는 투지와 용기로 중동의 반란은 멈추지 않았다.”

최근 이집트에서는 군부의 잔인한 유혈 진압에도 무바라크 퇴진 이후 최대 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그러자 기성 언론은 앞다퉈 “중동이 다시 혼란에 빠졌다”거나 “과거의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호들갑을 떤다.

“이슬람주의자들이 혁명을 가로챘다”면서 은연중에 무슬림이 인구의 다수인 곳에서는 급진적 변화가 불가능하다고 암시하기도 한다.

《혁명이 계속되다: 이집트 혁명과 중동의 민중 반란 2》는 기성 언론의 무관심과 의도적 왜곡에 가려진 진실을 파헤친다. 이 책은 지난 2월 무바라크 퇴진 직후 발간된 《이집트 혁명과 중동의 민중 반란》의 후속편인데, 이미 당시에 엮은이는 머리말에서 “사실, 중동의 반란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라고 썼다.

최근 이집트의 유혈 사태는 ‘무바라크 없는 무바라크 체제’를 이어 가려 하는 군부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1월 혁명 당시 군부를 혁명의 친구로 여겼던 이집트인들이 이집트를 혁명 이전으로 되돌리려는 군부의 속셈을 어느 날 갑자기 꿰뚫어 보게 된 것이 아니다. 독재자의 몰락과 함께 혁명의 제1막이 끝나고 제2막이라는 더 복잡한 과정에 들어서고부터 이집트 노동자와 민중은 구체제의 유산에 맞서 싸우면서, 노동자 파업 물결 속에서, 여전한 체포와 탄압을 받으며, 혁명의 염원을 이루려면 군부도 타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은 혁명이 심화하는 과정을 마치 파노라마처럼 보여 준다.

“외부 관찰자는 파악하기 힘든 내부의 움직임, 혁명을 심화시키려는 노력을 이집트 혁명가들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조명하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노동자 파업 물결 속에서 독립 노조를 건설하고, 지역마다 혁명수호민중위원회를 운영하고, 노동자들 자신의 정당인 민주노동자당을 창립하고, 군부의 반격에 맞서 혁명을 한 걸음 전진시키고자 투쟁하는 이집트 민중의 움직임은 큰 감동을 준다.”(엮은이)

이 책은 이집트 혁명의 전개를 심도 깊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예컨대, 이슬람주의자들은 누구이며 왜 부상하고 있는지, 그들은 혁명과 어떤 관련을 맺고 있으며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분석한다.

또 이집트 혁명만이 아니라 리비아, 예멘,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팔레스타인의 투쟁도 다룬다. 그중 “리비아 혁명은 국내 진보 진영 내에서도 지지할지 말지를 두고 논란이 분분했다. 특히, 일각에서 카다피 정권의 성격을 반제국주의로 오해했기 때문이다. 서방의 군사개입도 국내외 좌파 진영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이 책은 이집트 혁명과 중동의 민중 반란이 서방 제국주의의 중동 지배 전략에 어떤 차질을 빚게 했는지 분석하고 이에 대응해 “혁명의 편인 척하면서 혁명을 가로채거나 서서히 죽이려는 미국 오바마 정부 등 주요 열강의 책략을 파헤친다.”

이 책은 주로 이집트 사회주의자들과, 그들과 연대하며 오랫동안 이집트와 중동 문제를 탐구하고 집필한 영국 사회주의자들이 영국의 혁명적 반자본주의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 월간지 《소셜리스트 리뷰》, 계간지 《인터내셔널 소셜리즘》 등에 기고한 것을 모아 엮은 것이다.

글들이 짧고 설명이 친절해 중동 역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