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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철도 노동자 다섯 명의 처참한 죽음:
끔찍한 이윤추구 시스템이 죽였다

냉혹한 자본가이고 부패한 정치가였던 박태준의 죽음에는 온 나라가 떠들썩하면서 공항철도 노동자들 다섯 명의 죽음은 잊혀지고 있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침이, 반올림) 활동가이자 노무사인 이종란 씨가 6년 전 철도공사에서 일하다가 똑같은 사고로 죽은 친구를 떠올리며, 이윤 논리만을 추구하는 시스템과 구조조정이 노동자와 철도 이용객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글을 보내왔다.

12월 9일 인천 공항철도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다섯 명이 선로 유지보수 업무를 하다 열차에 치어 사망했다. 이런 비극적인 일이 6년 전에 내 친구에게도 일어난 바 있다.

오진균. 이 녀석과 나는 20대에 항상 같이 다니고 이상향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둘도 없는 친구였다. 내가 학교를 졸업하고 노무사 시험 합격했을 때, 이 친구는 민망하게도 학교에 플래카드를 걸었다. 노동자를 위한 노무사가 되라고.

그 녀석이 요즘 몹시 괴롭게 떠오른다. 진균이는 2005년에 철도공사에 수송원으로 들어갔다가, 선로 입환 작업 중 열차에 치어 몸이 반토막이 나고 살점이 갈갈이 찢겨 그 자리에서 죽었다.

이 소식이 한줄 뉴스로 나왔다. “조치원 역사 작업인부 1명 열차사고로 숨져.” 이게 그 녀석의 마지막을 장식한 기사였다.

나는 친구의 죽음 소식을 듣고 철도노조 분들을 찾았었다. 그 자리에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그 분들은 그런 사고는 너무 흔하고, 맨날 장례식 쫓아다니는 게 일이라고 했다. 구조조정으로 인력은 모자라고, 숙련되지 않은 노동자들을 아주 위험한 방식으로 일을 시키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천천히 달리는 열차에 매달려 타고 뛰어내려 작업을 한 뒤 다시 뛰어오르는 (‘비승비강’) 작업까지 한다고 했다.

진균이는 몸치였는데, 들어간 지 두 달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는지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그것도 새벽 2시에 열차가 오는지 감시하는 인력도 없이 말이다.

결국 진균이는 깜깜한 암흑 속에서 혼자 작업을 하다가 미처 달리는 기차를 피하지 못하고 열차 안으로 빨려들어간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죽음이 또 일어난 것이다. 6년이 지났지만 하나도 바뀐 게 없다. 아니, 철도공사 측은 오히려 부족한 인력을 더 줄였고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바꿨다. 그 위험한 일을 영세한 하청업체에 내맡기고 보호장구조차 갖추지 못한 채 작업하게 했다.

인천 공항철도 노동자 다섯 명의 죽음은 완전한 인재다. 이것을 그냥 열차 운전사의 잘못으로, 혹은 돌아가신 분들의 안전 부주의로 치부해 버려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된다면, 이런 사고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윤 논리만을 생각하는 이 위험천만한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다음번엔 또 다른 철도 노동자들이, 철도를 이용하는 우리들이 희생될 수 있다.

6년 전 진균이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철도공사 측을 향해 팻말이라도 하나 더 들었더라면, 당시 벌어진 철도노조의 민영화 저지 싸움에 조금이라도 힘을 더 보탰더라면, 오늘 이 다섯 명의 죽음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죄스런 마음이 든다.

다시는 이런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힘을 합쳐 싸워야 한다.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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