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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안보정상회의 개최 반대한다

내년 3월 26~27일에 서울에서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다. 지난해 오바마의 제안으로 처음 열린 이 회의에는 “핵물질 보유량, 핵물질 방호 현황, 원전 건설 계획, 지역 배분 등을 고려하여 선정된” 47개 핵무기·핵발전소 보유국이 참가한다.

이들이 겉으로 내세운 목표는 ‘핵테러 방지’다. 이를 위해 ‘핵물질 불법 거래를 막고 핵발전소 등 핵 관련 시설 방호 대책 마련 등을 논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회의가 핵안보를 빌미로 북한, 이란 등 ‘비공식’ 핵 개발국들에 대한 미국의 제국주의적 압력을 정당화하는 구실을 한다는 점은 명백하다. 특히 한반도 남쪽에서 열리는 이 회의가 진정으로 겨냥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정부 당국자들도 애써 숨기지 않는다.

외교통상부 장관 김성환은 북핵 문제가 공식 의제는 아니라면서도 “핵안보정상회의가 북핵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전달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올해 11월~12월에 열린 여러 차례의 사전 세미나에서도 북핵 문제가 중요 이슈로 다뤄졌다. 지난 11월 24일 프랑스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전문가 회의에서도 “서울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련 메시지가 북한 등에 전달되도록 적절히 다루는 방안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연합뉴스〉)

지난해 열린 워싱턴 제1차핵안보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작업 문서’를 보면 핵테러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수단으로서 UN안보리결의안 1540호의 “전면적인 이행”을 촉구했다. UN안보리결의안 1540호는 2004년 미국 부시 정부가 만든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국제법적 지위를 부여하려고 유엔에서 통과시킨 결의안이다.

PSI의 핵심 내용은 핵물질 등을 운반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배의 이동을 공해상에서 가로막고 검열을 하는 것인데, 대다수 국제법 학자들은 이를 사실상 전쟁 행위로 해석하고 있다. 북한은 2009년에도 이명박 정부의 PSI 참여를 비난하며 해상에서 자국 배를 공격하면 전쟁 행위로 간주하겠다고 선포했다.

결국 핵안보정상회의는 핵 안보는커녕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구실을 할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와 핵발전소를 개발·보유하고 있는 열강이 모여서 패권적으로 북한·이란 등을 압박하며 ‘안전’을 떠드는 위선적이기 짝이 없는 회의인 것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핵안보정상회의의 이런 성격을 분명히 규정하고, 그것에 반대한다는 입장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물론 이것이 북한·이란의 핵을 지지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미국 등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지정학적 경쟁과 이를 심화할 미국의 대북 압박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핵안보정상회의에 반대해야 한다.

핵안보정상회의에 1주일 앞서 서울에서 열리는 핵산업계 회의에는 핵관련 국제기구 담당자들과 핵산업계 인사들이 대거 참가한다.

핵산업계 회의 조직위원장을 맡은 한수원 사장 김종신은 이 회의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떨어진 원자력에 대한 신뢰 회복”과 “원자력 산업의 입지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세계 각국에 핵발전을 수출하는 데에도 이용하려 한다.

이명박 정부는 G20 회의 당시처럼 이 회의를 자신의 치적으로 삼으려고 엄청난 돈을 쏟아부을 것이다. 홍보비 예산만 55억 원을 신청한 상태다. 또 당시처럼 계엄령 수준의 경호 대책을 내놓을 듯하다. 총선을 앞두고 이런 일이 벌어지면 그 정치적 효과도 클 것이다.

핵안보정상회의에 반대하는 행동을 지금부터 조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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