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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 성소수자 공동행동’ 장병권 활동가:
“물러섬 없이 원칙을 지켜낸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학생인권조례 성소수자 공동행동’ 장병권 활동가는 서울시학생인권조례를 후퇴없이 지켜내기 위해 시의회 점거를 계획하고 조직한 농성단 집행부였다. 그는 동성애자인권연대 사무국장이기도 하다.
그는 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원안에 가까운 안이 통과된 직후 나눈 대화에서 2003년에 안타깝게 목숨을 끊었던 ‘육우당’이라는 성소수자 친구를 떠올리며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승리의 기쁨과, 그 기쁨을 육우당과 함께 나눌 수 없다는 아쉬움이 교차하는 눈물이었을 것이다. 주위 사람들은 ‘육우당 한 풀었어. 울지마’ 하고 격려했다.
하지만 그는 다음 날 평소의 쾌활한 목소리로 다시 인터뷰에 응했다. 점거 과정과 이번 투쟁의 의미,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인터뷰했다.

학생인권조례가 서울시 본의회를 통과한 12월 19일 오후 시의회 농성장에서 장병권 활동가가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번 승리는 의미가 큽니다. 처음으로 성소수자들이 농성투쟁을 했는데, 입법기간에 우리의 주장을 최대한 전달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한국 성소수자 운동 역사상 이렇게 강력한 직접 행동을 해 본 적이 없는데 이번에 시도하고 승리를 거머쥐어서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이런 성과를 만들기까지 성소수자들의 결단, 그리고 많은 연대와 지지가 있었습니다. 노동자들이나 보건의료인, 기독인, 해외 진보 활동가 등 여러 곳에서 지지와 연대를 보내 줘서 큰 힘이 됐습니다.

투쟁이 끝나고 농성에 참가한 사람들이 모여 평가하면서 ‘우리의 농성이 참 대단했다’는 얘길 많이 했어요. 농성 시작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줬거든요.

또, 차별받아 온 사람들이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점거를 하고 밤새 차디찬 바닥에서 지내면서도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준 게 너무 좋습니다.

성소수자 공동행동 활동가들과 인권 변호사 등이 농성 준비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집에도 안 가고 밤새워 토론하며 헌신적 활동을 했던 것이나 모두 동등하게 활동하면서 역할 분담하고 서로 격려한 과정이 이후에 또 다른 행동을 할 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정말 많은 사람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고민하고 함께 결정하고 직접행동 했을 때 승리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준 것입니다.

2007년에 차별금지법안에서 성적 지향을 비롯한 몇 개의 차별금지 사유가 삭제되면서 저항한 경험이 있는데, 그 경험을 딛고 이번에 더 성장한 것 같아요.

그런데 애초에 민주당이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임신출산에 따른 차별 금지 부분에서 후퇴하려 한 것은 아쉽습니다. 반인권 세력들이 이 문제를 쥐고 흔들었는데, 거기에 휘둘렸다는 게 정말 아쉬워요.

또, 최종 통과안에서 교내 집회나 복장 자유 부분에서 일부 제한을 남긴 것도 아쉽죠. 이런 제한을 통해 여전히 학생들의 인권이나 의사표현이 타의에 의해 제지당할 수 있죠. 학생은 인권의 주체인데, 서울시의회와 교육위원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여전히 학생을 통제의 대상이라는 것을 남겨 두는 선택을 했다는 건 많이 아쉽습니다. 민주당이 스스로 개혁세력이라고는 하지만, 진정한 인권을 보장하는 것을 여전히 머뭇거린다는 것을 보여 준 것 같아요.

통합진보당에도 좀 아쉬운 부분은 있습니다. 농성에 참가한 성소수자들 중에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당원들이 있는 곳에 지도부가 다 신경을 써야 하느냐’고 물으면 할 말은 없지만, 그야말로 사회적 소수자인 성소수자들이 저항하고 있다는 걸 당이 알았다면 최대한 이것을 지지하고 연대할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렇게 못한 것은 결정적인 실수일 수 있습니다. 진보와 보수 간의 대립에서 성소수자 문제는 언제나 보수냐 진보냐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서 통합진보당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건 통합진보당이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의심하게 만든다는 걸 보여 준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이번 승리는 그동안 받았던 차별에 맞서 적극적으로 반격에 나서서 얻은 성과고, 지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민주당을 직접 만나서 우리들의 정당한 요구가 왜 후퇴할 수 없는지 얘기하고 그들이 마지막엔 모든 차별금지 사유를 포함하는 것을 당론으로 결정할 수 있게끔 만든 것도 큰 성과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트위터에서 ‘정동영 입장은 도대체 뭐냐’고 압력을 넣어 준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이번 서울시학생인권조례 통과는 서울이라는 상징성이 있어요. 한나라당은 어제[12월 19일] 본회의에서 반대토론할 때 ‘전북에서도 학생인권조례를 반려시켰는데, 서울에서만 되면 안 된다’면서 또 하나의 핑계를 찾았어요. 그런데 그런 반대를 물리치고 서울에서 물러섬 없이 인권조례를 통과시킨 것은 다른 지역에서 준비 중인 학생인권조례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많습니다. 당장 내년에 서울시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될 테니, 학교 안에서 성소수자 인권 교육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 같아요. 이번에 통과된 조례는 교육청이 만든 안이 아니고 주민들이 발의해서 만든 안이기 때문에 이후에도 사회적 관심과 지지가 필요합니다.

또, 민주당에서 내년에 학생인권법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여기서도 이번 서울학생인권조례의 내용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할 것 같고요.

뿐만 아니라, 기독교 세력이 정당을 만들면서 동성애 혐오를 내세울 것이라는 얘기도 들려오는데 이런 동성애 혐오 공세에도 더 확실하게 맞서야 할 것 같아요.

투쟁이 승리해서 성소수자 활동가들의 사기가 많이 오르고 힘도 생겼습니다. 그동안 계속 혐오 공세에 시달리다가 한꺼번에 선물을 받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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