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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과 얼굴만 바꾸고 있는 민주통합당

민주통합당 당대표 경선에서 NGO 출신 진보인사들과 친노 경향의 젊은 후보들이 선전하면서 이 당의 간판과 얼굴이 바뀌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의 내용물은 민주당 때와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한나라당에 면죄부를 주고, 박근혜 비대위에게 구명줄을 던지며’ 국회에 등원했을 뿐 아니라, 예비 경선 과정에서도 진보적 요구와 정책은 쟁점이 되거나 두드러지지도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통합당이 “한나라당 쪽으로 뒷걸음질” 치고 “민한당[전두환 정권 시절 관제 야당]이 되는” 길을 가고 있다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의 비판은 공감을 얻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국회에 등원하면서 한미FTA 발효를 전제로 한 피해대책입법을 한나라당과 합의한 것은 이정희 대표의 지적처럼 “발효되기도 전에, 발효 중단 싸움을 포기”한 것이다. 또, 박근혜의 사회복지기본법 제정에 합의해 줘, 박근혜식 ‘맞춤형 복지’에 힘을 실어 줬다.

민주통합당 당대표 선출 예비경선 거의 모든 후보가 ‘한미FTA 반대 투쟁’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사진 출처 민주통합당

게다가 민주통합당은 개인정보 침해와 주민 감시·통제에 이용될 수 있는 전자주민증 법안을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통과시켜 줬다. 기성 정치인들에게는 유리하지만 진보정당 후보들에게는 불리한 석패율제와 조중동 종편에 타협하는 미디어렙 법안 도입에도 한나라당과 합의했다.

빈사상태

이처럼 민주통합당은 권력을 맡을 만한 ‘책임 있는 야당’이라는 점을 지배자들에게 보이기 위해 빈사상태에 빠져 있던 한나라당과 이명박에게 산소호흡기를 달아 주고 있다.

반면, 민주통합당이 추진을 약속했던 론스타 국정조사와 교사·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는 한나라당과의 합의에 들어있지도 않았다.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할 당시에 경제부총리였던 김진표가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로 협상했으니, 제 발목을 잡을 합의를 할 리가 애당초 없었다.

한편, 민주당을 혁신하겠다던 ‘혁신과 통합’ 출신 진보인사들은 이런 행보를 막는 데서 별 구실을 못하고 있다.

당대표 경선에 나간 진보인사 중 한미FTA 무효화 투쟁을 내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나라당과의 합의문을 뒤집으려는 진지한 시도도 없었다.

‘혁신과 통합’ 출신 진보인사들이 민주당의 ‘혁신’을 이루기는커녕 민주당이 혁신하고 있는 양 치장해 주는 장식물이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따라서 이정희 대표 등 통합진보당 지도부가 민주통합당에 대한 비판을 대폭 강화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정희 대표는 “MB 악법과 4대강 예산, 한EU FTA 같은 야권연대의 중요한 고비마다 민주당은 쉽게 약속하고 쉽게 어기는 일을 반복해 왔다”고 옳게 비판했다. 사실 통합진보당(민주노동당)은 그동안 야권공조에 치중해 민주당에 대한 이런 비판을 삼가 왔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이 한나라당과 석패율제까지 합의하면서 진보정당의 득표·의석 확대에 재를 뿌리자 태도가 바뀐 듯하다.

반갑게도 통합진보당은 민주통합당의 등원 합의를 비판하면서, 당분간 등원하지 않고 이명박 정부에 맞서 투쟁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올바른 태도가, 단지 총선을 위한 야권연대 협상에서 민주통합당에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기 위한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 민주통합당과 협력할 수도 있지만, 통합진보당은 앞으로도 민주통합당에 대한 비판을 삼가지 않으면서 독립적으로 투쟁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

디도스, 측근 비리 등 이명박 정부의 추문을 들춰내며 투쟁을 호소하고 건설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