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가 BBK 주가조작 사건을 폭로해 온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사진)을 구속했다. 현 국가 권력의 누수를 어떤 수를 써서라도 막아 보려는 의도였겠지만, 이것은 오히려 의혹을 확신으로 굳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도 일제히 한국의 표현의 자유 격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봉주는 “제가 구속 수감됨으로 인해 BBK 판도라의 상자는 다시 열릴 것”이라며 “오늘은 진실이 구속되지만, 내일은 거짓이 구속될 것”이라고 했다.
BBK 사건은 주가를 조작해 소액 투자자 5천여 명에게 6백억 원의 피해를 입혔던 희대의 사기극이다. 자살한 이도 나왔다.
정봉주의 폭로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BBK에 운용자금을 출자한 회사가 ‘다스’라는 사실은 김경준에 의해 밝혀졌고, ‘다스’의 실소유주가 도곡동 땅 주인이라는 사실은 검찰 발표로부터 추정 가능한 사실이다.
도곡동 땅의 실제 주인이 이명박이라는 주장은 1998년 감사원 특별감사 때 전 포항제철 회장 김만제의 입에서 나왔다.
도곡동 땅은 1985년 이명박이 현대건설 사장으로 있을 때 큰형 이상은과 처남 김재정이 현대건설과 전모 씨에게서 매입했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정봉주만을 허위사실 유포로 구속했다.
정봉주 구속이 정당하다면 같은 이유로 구속해야 할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특히 박근혜가 있다.
박근혜는 2007년 대선 당시 “BBK의 실제 주인이 우리 당의 모 후보라는 비밀계약서까지 있다고 나왔다 … [이명박 후보는] 매일 의혹이 터지고 매일 그게 아니라고 변명해야만 하는 후보”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이명박 자신이 광운대 특강에서 BBK를 설립했다고 자랑하는 장면이 동영상으로 촬영돼 있다.
정봉주 탄압은 역효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 친박계 한나라당 의원인 이혜훈 조차 “[정봉주가] 왜 유죄인지 모르겠다”며 세무 조사를 피하려고 ‘다스’가 싱가포르로 이전하려는 계획을 폭로했다. BBK 의혹 제기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는 난관에 봉착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