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이 딴죽을 건다. 서울시교육청이 시의회에 학생인권조례 재의를 요구했다.
이들의 논리를 짚어 보자.
첫째,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가 '학교의 자율성'을 해친다고 하지만, 입시 경쟁 교육을 강화해 온 정부와 교육 관료들은 '자율성'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 일제고사·성과급제·교원평가 등을 통해 전국의 학교를 일렬로 줄세우고 교사와 학생들을 경쟁 압력 속에 몰아넣으며 저항하는 이를 무자비하게 탄압해 온 장본인들이 무슨 낯짝으로 자율성을 입에 올리는가? 그들이 말하는 자율성의 의미는 교장의 권위주의적 학교 운영에 다름 아니다.
둘째, 교육청은 두발·집회·시위의 자유와 체벌금지가 교육현장에 혼선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이것은 명시적인 반인권·반교육 선언이다. 개성을 표현하는 방법도, 폭력으로부터의 자유도, 의견을 집단적으로 표출할 권리도 거세된 교육 과정이란 대체 무엇을 위한 교육인가?
셋째, '임신 또는 출산,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조항이 청소년들에게 그릇된 성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그릇된 성 인식'이란 무엇일까? 위선적인 정조 관념과 폭력적인 동성애혐오주의가 '바람직한 성 인식'인가?
넷째, 조례가 교육감의 인사권과 정책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주장 역시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인간이기에 보장받아야 할 최소한의 자유와 권리들을 지켜주자는 움직임이 교육감의 인사권·정책결정권과 상충한다면, 교육관료들의 행태가 타파될 일이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개혁의 움직임이 뒤집어져선 안 된다.
서울시교육청의 재의 요구는 결국 진보에 대한 제동 걸기다. 그리고 거기에는 무상급식 반대, 곽노현 교육감 구속 등으로 이어져 온 우익들의 정치적 목적이 녹아있다. 이 점을 분명히하고, 올바른 원칙에 근거한 정치적 대응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