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혁명적 신문의 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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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동지와 신문 판매에 관해 토론하다가 혁명적 신문에 관한 크리스 하먼(작고한 영국 사회주의자)의 글을 읽었다. 읽은 소감을 공유하고자 편지로 보낸다.
‘다함께’ 회원이 되면 간행물을 읽고 일상적으로 판매하며, 이것을 매개로 토론한다. 또 정기적으로 거리판매도 한다.
공개적인 신문 판매는 자신이 급진적 사상의 소유자임을 커밍아웃하는 일이고, 아직 날카로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사람들, 때때로 언제든지 반감 섞인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낼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의 항의를 받는 것도 감수하는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활동이다. 이 때문에 신입회원에게 신문 판매는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혁명적 사회주의 조직에게 간행물은 단지 ‘홍보 수단’이 아니고, 판매에 나설지 나서지 않을지를 회원 각자의 취향에만 맡겨두지 않는다. 왜냐하면 혁명적 신문은 각지의 투쟁 소식들을 알리고 투쟁하는 노동계급의 의식과 운동에 개입하는 핵심수단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기적인 간행물의 발행과 이를 통한 대중과의 만남은 계급과 당 사이의 활발한 소통에 기여한다. 이러한 이유로 하먼은 간행물 중심의 조직 방식이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 원칙에 가장 부합한다고 말한다.
마르크스는 ‘지배적인 사상이 지배계급(자본가 계급)의 사상’인 동시에 ‘노동계급은 스스로 자기해방에 도달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지배계급 사상의 틈을 파고들어 후자를 더 고무하기 위해 변혁 조직이 존재한다.
하먼은 바로 신문을 통해 “인민 대중의 경험과 관계를 맺는 일정한 방법”을 찾고, “혁명적 세계관이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보다 더 잘 들어맞는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이데올로기적 측면뿐만 아니라 당면 과제의 해결을 위해 실제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구체적인 행동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비록 논조는 급진적이었지만 단순히 논평자에 머물었던 몇몇 신문들이 투쟁의 침체기에 어떻게 고사했는지 사례를 들어 보여 준다.
즉, 혁명적 신문은 “원칙과 경험과 당면 과제를 연결”함으로써 “이론과 실천의 간극을 메우는 기관”이 돼야 한다.
지노비에프는 1921년 코민테른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는 부르주아 신문과 사회민주당 신문들이 제공해 줄 수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요소를 도입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공장과 작업장에서 남녀 노동자들이 보내거나 또는 병사들이 보내는 편지다.”
하먼 또한 이를 인용하면서 “노동자 대중의 생생한 경험들을 표현”하는 신문이야 말로 “노동자들을 위한 신문이자 노동자들의 신문”이라고 이야기했다.
변혁조직의 회원은 누구나 리더고, 〈레프트21〉의 독자라면 누구나 기자다. 신문에 글을 기고하는 것은 독립적이고 민주적인 신문의 주인인 독자로서, 사태에 개입하고자 하는 변혁조직의 활동가로서 자연스러운 권리이자 구실이다.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한 기사, 현재 개입하고 있는 투쟁에 관한 소식, 편집진의 주장에 대한 반박 혹은 부연, 때때로 첨예한 논쟁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레프트21〉에 기고할 수 있다. 독자 기고가 활발한 신문이야말로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를 실현하는 하나의 장이다. 또한 그러한 자발성과 능동성은 조직의 피를 맑게 하고 ‘관성’이라는 잡초를 뽑아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