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재단이 5백억 원을 고위험자산(ELT와 ELS)에 투자했다가 지난해 10월 4일에 50.64퍼센트, 즉 2백5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냈음이 드러났다. 이 사실을 폭로하고 기자회견을 한 뒤 재단 측과 면담한 총학생회는 투자금에 경영대 건축 기금이 포함돼 있음도 알아냈다.
‘마른 걸레 짜듯 예산을 짰다’, ‘재단에 돈이 별로 없다’, ‘적립금은 사용처가 정해져 있어서 쓸 수 없다’는 학교 당국의 핑계가 거짓이었던 것이다.
교육 기관의 주식투자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09년에는 고려대가 7백31억 원을 주식과 펀드에 투자를 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당시 손실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보다 1년 전에 금융 공황이 전세계를 휩쓸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이 때에도 손실은 엄청났을 것이다.
학교 재단이 이렇게 돈놀이를 하는 동안 다른 학교 구성원들은 고통받아 왔다.
학교 당국은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등록금을 77퍼센트 인상했다. 같은 기간 물가인상률인 40퍼센트의 두 배 가까이 되는 수치다.
학교 당국은 노동자들을 가장 싸게 부리는 용역업체를 골라 노동자들을 간접 고용해서 열악한 조건에서 고된 일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과 학내 구성원이 아니라는 모멸감을 주었다.
학교 당국이 등록금을 올리고, 우후죽순처럼 건물을 쌓아올리고, 재산을 쌓았지만 모든 학생들이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는 것도 아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들은 너무 적은 보수를 받고, 그나마도 생계를 위해 이 대학 저 대학을 돌다 보면 교통비로 까먹기 일쑤다.
물가 인상이 평범한 사람들을 짓누르는 지금, 재단은 돈놀이를 할 것이 아니라 등록금을 내리고, 청소 노동자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그 밖에 고통 받아온 학내 구성원들을 위해 써야 한다.
지금 고려대에서 청소 노동자들이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섰다. 비정규강사노조의 김영곤 씨는 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교섭에 응하지 않는 학교에 맞서 본관 앞 텐트 농성을 하고 있다. 학생들도 등록금 2퍼센트 ‘꼼수’ 인하 합의안에 만족하지 말고 힘을 모아서 학교 당국과 맞서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