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언론 매체들에 온통 현대중공업의 이미지 광고가 도배를 하고 있다. ‘국민 배우’ 안성기가 웃음 띤 얼굴로 “우리나라에 이런 회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한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노동자들에게 절망의 공장이다.
현대중공업엔 정규직보다 사내하청 노동자가 6천여 명이나 많다.
조직적인 산재 은폐는 정말 심하다.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일하다 다쳐도 짐짝처럼 트럭에 숨겨져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수만 명에 이르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노동기본권도 누리지 못한 채 정규직의 60퍼센트도 안 되는 임금과 열악한 환경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지난해 5조 원가량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하청 노동자들은 성과 분배의 주체가 아니다. 그나마 주어지는 쥐꼬리만 한 격려금도 하청업체 사장들의 탐욕에 칼질을 당하기 일쑤다.
현대중공업은 노조 탄압에도 악명이 높다. 하청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하는 순간, 출입증 발급을 중지하고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사측은 노조의 씨를 말리려고 막대한 돈도 쏟아 붓고 있다. 심지어 선거 때 투표를 방해하려고 잔업을 강요하고, 활동가들과의 일상적인 대화조차도 차단하며 감시와 협박을 일삼고 있다.
하청 노동자들은 그야말로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
언론 광고에서 말한 대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평균 근속 년수는 19년이다.
그런데 이 말은 회사가 좋아서 오래 다닌다는 말이 아니다. 이것은 매년 1천여 명의 퇴직자가 발생해도 신규 인력을 채용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고령화가 심하다는 증거인 셈이다. 사측은 신규 채용을 고작 생색내기용이나 지역여론 환기용으로만 한다. 부족 인력은 하청 노동자들로 채워진다.
누가 이 지경이 되도록 만들었는가? 수출 실적과 기업의 이익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보다 우선될 수 있는가? 현대중공업 같은 기업은 더는 생기면 안 된다.
현대중공업의 화려한 성과 뒤엔 노동기본권과 정치적 자유마저도 박탈당하며 소모품으로 살아가고 있는 수만 명의 하청 노동자가 있다. 이들의 희생과 눈물을 간과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