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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없는 세상을 위해서:
“핵안보정상회의에 반대합시다”

 3월 7일 핵안보정상회의대항행동 주최로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핵안보가 아니라 핵없는 세상 ─ 핵안보정상회의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 글은  우석균 핵없는세상을위한의사회 공동운영위원장이 토론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녹취한 것이다

핵 테러를 반대한다는 데 어느 누구도 반대할 사람이 없습니다. 또 핵물질을 안전하게 보관하자는 데 그걸 반대할 사람도 없습니다.

문제는 핵안보정상회가 말하는 것과 실제로 노리는 정치적 효과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핵안보정상회의는 ‘핵 테러 대응을 위한 국제적 협력, 핵물질의 불법 거래 방지, 핵물질·원전 시설 등의 방어’를 위해 열린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우선 핵 테러는 무엇일까요? 핵 테러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영화 〈미션임파서블〉에 나오는 것처럼, 핵무기로 공격하는 테러리스트를 연상합니다.

2010년 7월 동해에서 실시된 한미군사훈련 핵안보정상회의는 이란과 북한에 대한 군사적·경제적 압박을 정당화하는 회의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정의하는 핵 테러는 단순히 테러 집단만이 아니라 테러 집단을 지원하는 국가를 포함합니다. 여기에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말하는 핵 테러의 핵심이 있습니다.

핵 테러라는 말이 처음 나온 것은 바로 9·11 이후입니다. 그러고 나서 ‘테러와의 전쟁’을 한다면서 미국은 바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고, 이라크를 침공했습니다.

부시 행정부가 끝나고 그나마 개혁적이라는 오바마가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오바마는 ‘테러와의 전쟁’이 아니라 ‘핵 테러와의 전쟁’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오바마는 1차 핵안보정상회의 직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 추진에 대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기울여 이를 막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1차 핵안보정상회의 기간에 열린 미중 정상회의에서 논의된 주요 사안 중 하나는 이란 경제 봉쇄에 대한 합의였습니다.

결국 핵안보정상회의와 ‘핵 테러에 대한 대응’의 진정한 본질은 부시가 말했던 ‘테러와의 전쟁’의 오바마 판인 것입니다. 부시가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테러와의 전쟁’을 말한 것처럼, 오바마는 ‘핵 테러 대응’을 말하면서 이란과 북한에 대한 공격과 경제재제의 명분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은 핵안보정상회의에 초청된 국가들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NPT에 가입하지 않고 핵무기를 개발했지만 미국과 핵 협정을 맺은 인도는 초청됐고, NPT를 무시하고 핵무기를 보유한 이스라엘도 초청됐지만, NPT에 가입했고 IAEA 사찰도 받는 이란은 핵안보정상회의에 초청되지 않은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지요. 이러면서 핵안보정상회의가 NPT 체제를 보완한다는데, 이런 위선이 또 어디 있습니까?

둘째, 물론 가장 큰 위선은 핵안보정상회의 그 자체에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핵무기를 가장 많이 가진 나라들이 모여, 핵무기를 어떻게 제대로 없앨 것인지는 논의를 하지 않으면서 핵안보에 대해서 논의한다는 겁니다.

게다가 셋째로 핵안보정상회의는 핵물질과 핵발전소에 대한 방어를 얘기한다고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더한 위선이지요.

인류가 실제로 겪은 핵 테러가 지금까지 몇 번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히로시마·나가사키에 미국이 떨어뜨린 핵무기입니다. 이것이 핵무기의 유일한 사용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아직도 핵 선제공격을 포기한 바가 없습니다.

히로시마

그리고 인류가 겪은 핵 테러가 또 무엇이 있습니까. 각국 정부들이 그토록 안전하다고 선전하는 핵발전소에서 벌어진 사고들입니다. 바로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사고고, 체르노빌 사고고, 1차 핵안보정상회의와 2차 정상회의 사이에 벌어진 후쿠시마 사고입니다.

핵발전소는 결코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이 후쿠시마 사고에서 드러났습니다. 체르노빌 사고가 일어났을 때, ‘일본은 다르다, 한국은 다르다’ 하고 말했지만 후쿠시마에서 또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핵발전소를 폐쇄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핵발전을 재개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스리마일 사고 이후 수십 년간 중지됐던 핵발전소 건설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고가 일어난다고 원자력 발전을 포기하는 것은 안 될 말이다” 하고 말하며 핵발전소를 수출하려 혈안이 돼 있습니다. 얼마 전 UAE와 핵발전소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인도에도 핵발전소를 수출하겠다며 한·인도 핵협정까지 맺었습니다.

그러나 진정 핵안보를 걱정한다면 모든 핵물질을 없애야 합니다. 정말 핵안보를 걱정한다면 전 세계에 있는 핵물질을 모두 모아서 안전한 납시설에 보관해야 합니다.

핵발전소를 없앨 때만 핵 테러로부터 진정으로 안전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이 지난해 후쿠시마 핵 사고의 교훈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더 핵발전소 사고를 겪고 나서야 이 교훈을 깨닫겠습니까.

핵안보정상회의의 진정한 목표는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핵안보를 명분으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군사적·정치적 패권을 유지하고, 이란과 북한에 대한 군사적·경제적 압박을 정당화하려는 회의입니다. 또, 핵발전소를 더 안전하게 지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해 핵발전소에 면죄부를 주려는 회의입니다.

이런 핵안보정상회의에 대해 우리는 분명하게 반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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