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의 위선을 폭로하며 탈북민을 방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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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 북송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많은 탈북민들이 가족과 친지가 북송될까 봐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그러나 우파들은 ‘탈북민 카드’를 이용해 우파 결속과 정국 주도권 잡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남북 관계가 경색될수록 탈북민들의 처지가 힘들어진다는 것이 상식인데, 최근 남한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 내며 남북 사이에 긴장을 고조시키려 하고 있다.
최근 이명박이 주재한 긴급 외교안보장관회의 이후 국방부 장관, 통일부 장관이 앞장서 대북 강경·호전적 발언들을 쏟아 냈다.
최근 유엔인권이사회에서는 자유선진당 의원 박선영 등으로 구성된 한국의회대표단과 북한 대표단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이 충돌 사건이 터지자 새누리당과 우파 언론들은 북한 대표단에게 일방적인 폭행을 당했다는 듯이 침소봉대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언론 보도만 봐도 이 의원들은 북한 대표에게 ‘신체적 위협’을 하다가 유엔 경비에게 제지를 받은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남한의 지배자들이 탈북민 인권 운운하는 것은 순전한 위선이다. 한국에서 온갖 차별과 편견을 겪으며 남과 북 모두에 환멸을 품는 탈북민들이 적지 않다. 오죽하면 한국행을 선택한 탈북민 세 명 중 한 명꼴로 한국 국적을 버리고 다른 나라에 난민을 신청하겠는가.
이들 중 일부는 한국에서 겪은 ‘박해·위험·공포’(“형사가 간첩으로 보고 항상 감시”, “북한 인권침해 실태 간증 강요”, “북한 어투를 이유로 인권 침해” 등등) 때문에 미국의 이민국에 망명 허가를 요청하고 있다.
진보진영의 약점
지금 우파들은 탈북민 문제를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공격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우파들은 제주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진보진영이 탈북민 문제에 침묵하면서 안보는 ‘적’에게 내준다고 비난하며, 진보진영을 ‘종북’ 세력이라 매도한다.
심지어 통합진보당 청년비례 경선 후보자 중 유일하게 탈북민들을 공개적으로 옹호한 김지윤 씨까지 사실관계도 왜곡하며 음해하고 있다.
필자는 〈레프트21〉 지난 호(76호)에서 우파의 위선에 반대하면서도, 한국 진보진영이 탈북민들의 고통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탈북민 강제 송환에 분명히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탈북민들의 고통의 근원인 북한, 한국, 미국, 중국 정권 모두에 맞서 피착취·피억압 민중의 관점에 서는 국제주의를 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관점은 우리 진보 운동 내에서 여전히 소수다.
대표적으로 통합진보당 지도부는 탈북민 강제 북송에 반대한다는 말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정부가] 탈북자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하면서 중국 및 북한 당국을 비판하는 데만 이용하고 있다”(정책 논평)고만 언급한다.
범민련 남측본부는 탈북민 문제가 “특정 나라의 ‘주권’을 흔들어 놓고 ‘인권’이라는 함정을 조작하여 … 내분을 야기해 결국 ‘주권’을 빼앗자는 음흉한 술책”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빈곤 탈출과 더 나은 삶을 위해 탈출하는 북한 주민들을 “CIA와 국정원 그리고 극우종교단체의 ‘기획탈북’ 공작”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얼마 전 통합진보당 청년비례 경선 후보 1백 분 토론 때 김지윤 후보가 “우파의 논리를 경계하면서도 탈북민 인권을 위해 오히려 진보가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 하고 주장하자, 김재연 후보는 “탈북이 이뤄지는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고 선동과 기획탈북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범민련과 같은 논리로 답변을 했다.
그러나 한국에만 탈북민 수만 명이 있고 중국 등 제3국을 떠도는 탈북민 수도 수만 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탈북민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태도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탈북민들 중에는 박선영 같은 우파들이 나서 탈북민을 위해 눈물 흘리는 것을 보며 역겨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따라서 탈북민들을 모두 우파의 위선에 놀아나는 꼭두각시로 보는 태도도 옳지 않다.
한미FTA 반대 집회에 참가한 한 탈북 청년은 “한국의 좌파들은 모두 북한을 지지하니 좌파들과 어울리지 말라는 얘길 들었다”며 진보진영이 이 문제에 어떤 입장인지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들은 외면하거나 부정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착취와 억압에 맞서 싸울 동지들이다.
한편, 2월 26일치 〈경향신문〉에서 손제민 기자는 한국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하며 “중국 측이 탈북자를 2만 명 다 넘겨준다고 하면, 우리는 받을 준비가 되어 있나” 하는 비판을 했다. 손 기자는 한국이 이주민 인권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많기 때문에 탈북민들이 한국 사회 내 하층계급을 구성하는 이주민이 되는 것을 우려했다.
정부의 위선
이것은 진보가 탈북민을 옹호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국내에 정착한 탈북민들의 처지 개선과 차별 해소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점을 보여 준다. 진보진영이 정부의 선별적 입국 정책, 옹색한 지원을 비판하며 싸울 때 우파들과 지배자들의 위선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다.
또 우리는 남북한 정부 모두에게 전면적인 자유 왕래 보장을 요구해야 한다. 대부분의 탈북민들은 남북 자유 왕래를 절실히 원하고 있다.
탈북민들은 어쩔 수 없이 북한을 떠나왔고 그런 처지로 내몬 북한 체제에 비판적이지만 자신들이 나고 자란 고향, 가족과 친구가 있는 북한 땅을 몹시 그리워한다.
탈북민들은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는 것도 불법이라 ‘불법’ 중개인에 의존해 송금할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 진보진영 일각에는 탈북민은 정치적 난민이 아니고 ‘불법 월경자’ 추방은 당연한 주권 행사라는 중국 정부의 논리를 수용하는 입장도 있다. 〈자주민보〉 이정섭 기자의 ‘왜 갑자기 탈북자 소동인가?’ 기사가 대표적이다. 즉, 난민이라고 주장하는 대부분의 이민자들이 사실은 경제적 동기를 가진 이민자고, 이들은 소위 ‘가짜 난민’이라는 주장이다.
이것은 1990년대 이래로 서방 정부들이 자국으로 들어오는 난민을 거부하려고 고안한 논리다. 이 때문에 난민 인정률은 대폭 떨어졌고, 이제 유럽은 난민들을 향해 거의 문을 닫아 버린 지경이 됐다.
하지만 경제적 이유로, 즉 가족의 생계와 더 나은 삶을 찾아 다른 나라의 문을 두드리는 게 문제일 수 없다. 자본과 자본가에겐 열려 있는 국경이 왜 노동자·민중에게만 굳게 닫혀 있어야 하는가?
이런 점에서 범민련 유럽본부 재도이췰란드동포협력회가 “이곳 유럽에도 합법, 불법으로 체류하는 ‘탈북자’들 99퍼센트가 전부 중국 국적을 가진 조선족들로서, 돈에 미치고 환장한 ‘돈벌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고 비난을 퍼부은 것 역시 매우 유감스럽다.
이것은 피억압 민중의 관점이 아니라, 북한 지배 관료의 관점에서 탈북민에 대한 반동적 편견을 조장하는 완전히 잘못된 주장이다.
우리는 진정한 국제주의를 적용해, 탈북민들의 자유 왕래, 난민 권리 인정, 한국 정착 탈북민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를 적극 요구하며, 이들을 옹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