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핵안보정상회의 평가:
위선만 넘쳤던 핵 독점 열강의 잔치

3월 26~27일에 열린 핵안보정상회의는 핵 보유 강대국들과 이명박 정부의 대북 압박 메시지만 남긴 채 마무리됐다.

북핵 문제는 다루지 않을 것이라는 ‘공식’ 발표와 달리 이명박은 미국을 포함해 무려 20여 개 나라 정상들과 만나 북핵 문제를 다뤘다. 사실상 북한 압박을 위한 별도 회의가 열린 셈이다. 당연히 주요 언론들도 이를 주요 의제로 다뤘다.

핵 깡패들의 만찬 중동과 동아시아에서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이 이들의 ‘평화적 핵 이용’이다.

오바마는 비무장지대까지 찾아가 북한이 위성 발사를 포기하지 않으면 식량 지원을 끊겠다고 협박했고, 미국과 정면 대립을 피하고 싶어하는 중국과 러시아도 이에 동조했다. 유럽연합 상임의장도 위성 발사와 핵개발을 중단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동시에 핵안보정상회의 직전에 미군과 한국군은 북한을 겨냥한 대규모 전쟁 연습을 실시했다.

깡패

핵안보정상회의의 정상선언문에서도 북한과 이란에 대한 압박 조처가 강조됐다. 만장일치로 채택된 이 선언문에서는 글로벌 핵안보체제를 강화하는 첫 번째 조처로 유엔 안보리결의안 1540호와 1977호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유엔 안보리결의안 1540호는 부시 정부가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국제법적 지위를 부여하려고 통과시킨 결의안인데 이는 미국 등이 공해상에서 북한이나 이란 등의 선박을 마음대로 검문할 수 있도록 한 조처다. 이전까지 이런 행동은 전쟁이나 마찬가지로 여겨졌다. 결의안 1977호는 1540 위원회를 상설화하고 임무를 연장한 결의안이다.

2년 전에 열린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에서는 ‘작업 문서’에만 포함된 이 내용이 이번에는 정상선언문에 직접 언급됐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한층 강화된 것이다.

반면 핵보유국들의 핵물질 감축 선언은 하나마나한 수준이었다. 그나마 ‘자발적 감축 약속을 하겠다는 약속’ 같은 말장난에 불과했다. 초안에 있던 ‘구체적인 실천 노력이 필요하다’는 문구조차 결국 삭제됐다. 또 “핵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들이 원자력을 평화적인 목적으로 개발하고 이용하는 국가들의 권리를 저해하지 않음을 재확인한다”고 해 핵발전을 확대하겠다는 뜻도 분명해 했다. 후쿠시마의 비극을 보고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이 회의에 반대하는 집회와 기자회견이 연이어 열린 것은 의미있는 일이었다.

반면 일부 NGO들이 이 회의에 반대하는 행동에는 참가하지 않고 되레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만 주로 문제삼은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다.

사실 일부 NGO와 환경단체들은 핵안보정상회의 ‘반대’를 분명히 하며 대중행동을 건설하는 것에 열의가 없었을 뿐 아니라, 그런 움직임을 발목잡고 김빠지게 하는 구실을 했다.

그래서 핵 독점 열강의 이 위험하고 위선적인 회의가 더 강력한 반대 운동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다.

진보적 반핵 운동은 핵 강대국들의 위선적인 패권 정책에 일관되게 맞서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