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게재] 미국 총기 난사 사건 - 버지니아공대 참사는 무엇을 보여 주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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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 한국인 출신 남성이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한 사건이 벌어졌다. 미국에서 이런 끔찍한 총기 난사 사건은 지난 10년 동안에도 여러차례 벌어졌다. 특히 2007년 버지니아공대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은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러나 그 때나 지금이나 언론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진지하게 파고들기보다는 그 개인을 문제삼는 데에서 그친다. 이와 전혀 다른 시각에서 당시 사건의 사회적 배경과 진정한 대안을 다룬 주간 〈맞불〉 기사
우파와 주류 언론들에 따르면,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이런 설명은 새롭지 않다. 8년 전 컬럼바인 고교에서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도 우파들은 똑같은 얘기를 떠들었다. 그 때도 폭력적 비디오와 게임이 문제라는 얘기가 유행이었다.
이런 설명에 따르면, 조승희 씨가 남긴 동영상은 기껏해야 그가
조 씨가 남긴 동영상의 내용이 다소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동영상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는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또렷하다.
동영상에서 그는 어눌하지만 단호한 말투로
동영상을 압도하는 정서는 그가 겪었던 소외와 억압에 대한 사무치는 증오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방탕
조 씨는 8살 무렵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의 부모는
두 부부가
조 씨는 학교 생활도 순탄치 않았던 듯하다. 주변 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아마도 수줍은 성격과 어눌한 말투 때문에 학교에서
조 씨를 가르쳤던 영문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조 씨의 경험과
1980년대 레이건 정부가 추진하기 시작한 신자유주의 정책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더욱 강화됐다. 1990년대 중반 미국의
구조조정과 시장주의 확대는 억압과 소외의 강화를 수반했다. 노동자들은 위축됐고, 청년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속에 괜찮은 일자리를 얻기 위한 더 극심한 경쟁에 내몰렸다.
미국대학건강협회가 지난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대학생의 8.5퍼센트가 자살 시도를 심각하게 고려한 경험이 있고 15퍼센트가 우울증 진단을 받은 바 있다. 이는 2000년 10퍼센트보다 크게 오른 것이다.
이 점에서 조 씨가 저지른 사건이 재미 한인
조 씨의 동영상에는 그가 이주자로서 겪었던 특수한 억압이 대한 언급이 없다. 대다수 미국 언론들도 조 씨 사건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 급증한 학교 또는 직장 내 총기 사건의 압도 다수는 백인들이 저질렀다. 이전의 다른 총기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조 씨 사건의 핵심도 계급 사회가 낳은 억압과 소외이다.
전쟁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은 세계 도처에서 군사주의적 개입을 강화했다. 이는 미국 국내의 극단적 계급 불평등과 함께, 유독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자주 발생 ― 1996년 이후 전 세계에서 일어난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의 절반 이상이 미국에서 일어났다 ―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또 다른 핵심 요인이다.
1990년대 말 미국은 보스니아와 코소보에서 전쟁을 벌였고, 2001년 9
이러한 제국주의 전쟁이 부추긴 군사주의적 문화의 만연은 절망과 증오로 가득 찬 ― 그러나 동시에 대체로 고립되고 매우 보수적인 의식을 지닌 ― 개인들이 매우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그러한 증오를 표현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디펜던트〉의 지적처럼,
물론 조 씨가 느낀 좌절감과 분노만으로 대량 살인이라는 행동을 설명할 수는 없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조 씨와 비슷한 좌절감과 분노를 느끼며 살아가지만 조 씨와 같은 극단적 행동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조 씨가 저지른 참상은 자본주의 사회가 조장하는 억압과 소외가 얼마나 왜곡된 방식으로 폭발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끔찍한 징후이다.
억압과 소외, 착취와 전쟁을 끝내기 위한 대중 저항과 그와 연관된 진정한 대안만이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절망과 다른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맞불〉 4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