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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광명성 3호 발사:
위선적 제재와 강경 대응 반대한다

이 신문을 제작하고 있는 현재(4월 12일) 여러 정황상 북한 당국이 하루이틀 내로 광명성 3호를 발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 발사는 국제적 파장과 긴장 고조를 낳을 것이다.

위성 운반체와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기술적으로 비슷하고, 북한 당국도 위성 발사 기술을 탄도미사일로 전용할 수 있다고 공공연히 밝혔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의 위성 발사를 두둔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 등이 주도하는 북한 때리기에 동조할 수는 없다. 인공위성을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데 앞장서 온 미국이 북한을 비난하는 것은 위선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도 북한과 마찬가지로 나로호 발사 경험을 탄도미사일 개발에 써 먹으려 한다.

중국을 포위하는 미국의 ‘거대한 체스판’ 미국의 이런 중국 포위를 위한 주요 명분이 북한 위협론이다.

미국은 인도가 4월 말에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한다는 소식을 알고도, 북한과는 달리 대처하고 있다. 인도는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에 필요한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 위성 발사에 유엔 안보리 소집과 추가 제재를 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이중 잣대다. 더구나 미국의 강경 대응은 사태를 더 악화시킬 것이다. 이전에도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핵실험 등 북한의 반발을 불러, 긴장을 더 높였을 뿐이다.

물론 미국은 이란 핵문제 등 중동에 여전히 깊이 개입해야 하며, 강경 대응 속에 북한의 핵무기 개발 능력이 미국의 통제를 벗어나는 것도 우려하는 처지다. 따라서 당분간 북한과 미국이 험악한 말들을 주고받겠지만, 이것이 당장 심각한 위기로 발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점에서 이명박 정권이 총선을 앞두고 북한의 핵실험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북풍 몰이에 안간힘을 쓴 것은, 한반도 긴장 고조를 간절히 기다리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무엇보다 위성 발사에 대해 한·미·일이 내놓은 대응 계획들은 장기적으로 지역 내 불안정을 키울 것이다. 미국은 이번 발사를 대중국 포위망을 강화할 기회로 삼으려 한다. 특히 아시아 지역 MD 체제 구축에 이용하려고 작심한 듯하다.

실제로 광명성 3호 발사에 대한 한·미·일의 대응은 ‘MD 실전 훈련’을 방불케 한다. 미국은 최신형 MD 레이더를 하와이에서 한반도 인근으로 이동시켰고, 일본도 도쿄에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배치하는 등 호들갑을 떨고 있다. 대만도 북한 로켓을 요격하려고 준비한다.

한국 정부도 요격을 준비하는 한편, 보수우익들은 한국군의 보유 장비로는 북한 로켓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MD 참여의 명분을 쌓고 있다.

한·미·일(·대만)을 잇는 아시아 MD 구상이 나오자, 당연히 중국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중국 관영 언론 〈환구시보〉는 ‘[MD 체제는] 중국과 러시아의 핵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의도라며 ‘이와 맞서려면 중국 전략 핵무기의 능력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하고 맞대응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은 중미 갈등에 악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최근 들어 중미 갈등의 발전 속도가 빨라졌다. 이것은 ‘테러와의 전쟁’ 패배와 2008년 미국발 경제 위기로 미국의 위상이 하락한 것과 관련 있다. 미국 지배자들은 자신들이 주춤거리는 사이에 중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입지를 쌓아 가는 것을 불안해 했다.

그래서 오바마 정부는 떠오르는 중국을 보며 불안감을 느끼는 아시아 국가들에게 파고들어, 기존 군사 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새롭게 동맹국을 늘리는 식으로 중국을 포위·압박하고 있다.

‘악마화’

중미 갈등으로 한층 복잡해진 동아시아 정세는 한반도에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영향을 줬다.

먼저 미국은 기존의 한미 동맹을 확대·강화해 왔다. 예컨대 미국은 한국 정부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합의했고, 평택 미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이 기지는 제주 해군기지와 함께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한반도 전진기지가 될 것이다.

또한 미국은 북한을 계속 ‘악마화’해, 한반도에서 긴장과 충돌을 불러일으켜 왔다. 오바마 정부의 무시와 압박에 대응해, 2009년 북한의 위성 발사와 핵실험이 있었다. 이명박과 오바마는 천안함 침몰을 북한의 도발로 규정하고 대응 훈련을 하는 등 긴장을 쌓아 갔고, 이것이 2010년 연평도 포격 사태로까지 이어졌고 이번 위성 발사의 큰 배경을 이루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기적으로는 봉합될 수도 있다. 그러나 중미 갈등과 한반도 문제의 관계를 고려해 본다면, 유사한 일들이 반복돼 장기적으로 긴장을 높여 갈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악마’인 게 오늘날 동아시아 불안정의 핵심 원인이 아니다. 이 지역에서 패권을 지키려는 미국 제국주의의 전략이 진정한 문제다. 이에 맞서는 게 매우 중요하다.

또한 한국의 친제국주의 정책에도 반대해야 한다. 특히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아시아 MD 구상과 맞물려 있다. 이 점에서 민주통합당의 한계도 분명하다. 노무현 정부 때 이미 MD 시스템 구축을 위한 조처들이 시작됐고, 제주 해군기지 건설도 추진됐다. 이런 민주통합당과 전략적으로 동맹을 맺고 의존해서는, 반제국주의 운동을 제대로 건설할 수 없다.

우리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막고, 한국이 MD에 참여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북풍’을 국내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군비 증강에도 매달리는 지배자들에 맞서 일관된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