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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연속2교대제:
노동강도 강화, 임금 삭감 없이 심야노동을 없애자

최근 정치권이 너도나도 장시간 노동 실태를 개선하자고 말한다.정부가 민간 대기업의 노동 실태를 비판한 데 이어, 민주통합당뿐 아니라 새누리당도 노동시간 단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자 경총이 정부 방침에 반발했고, 대한상공회의소도 정치권의 공약에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 본질적인 이해관계의 차이가 있다고 가정해선 안 된다. “차량 한 대 만드는 데 드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고용노동부 장관 이채필의 발언에서 드러나듯, 물리적 노동시간을 줄이더라도 시간당 생산성을 높이자는 게 그동안 총자본이 추구해 온 방향이다.

20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열린 ‘현대 기아차지부 공동투쟁본부 출정식 및 결의대회’ 참석자들이 "주간연속2교대"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 2008년에 삼성경제연구소는 한국 제조업의 “생산성 열위”를 지적하며, 효율적 근무시스템 구축과 유연근무제 도입을 촉구한 바 있다.

현대·기아차 등 주요 재벌들도 장기적 이익과 어긋나지 않는다면 이 방향을 무조건 배제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올해 초 현대차 사측이 제시한 ‘장시간 근로 개선안’을 치켜세운 바 있다. 현대차 부사장 윤여철도 “주간연속2교대제는 노사 모두에게 윈윈”이라고 말했다.

요컨대, 저들의 진정한 관심사는 노동자들의 심신을 좀먹는 심야노동 철폐와 장시간 노동 개선이 아니다. 마르크스의 말처럼, “자본은 노동시간은 최대한 연장하려 하지만, 노동자들의 수명 연장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런 점에서, 생산성과 노동강도를 높이면서 주간연속2교대제를 도입한다면 그 의미가 삭감될 수밖에 없다. 생산 속도를 높이거나 표준작업 공정을 고도화하는 것은 착취율 증가를 뜻하고, 이것은 노동자들을 피폐하게 만들고 상대적 빈곤을 낳는다.

따라서 노동운동은 지배자들이 강요하는 생산량 보전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생산성 향상

아쉽게도 지금 노동조합운동 내에선 ‘생산성을 높여야 심야노동 폐지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안 그래도 뼈 빠지게 일해 왔다. 1980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 자동차 노동자들의 생산성 증가율은 8.5퍼센트로, 미국(3.8퍼센트), 일본(4.4퍼센트)의 두 배나 된다. 그러는 동안 노동시간이 크게 줄지도 않았다. 정부 통계만 봐도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제조업 평균 노동시간은 1.2퍼센트 줄어든 반면, 생산성은 7.6퍼센트나 늘었다.

그런데도 정몽구는 노동자들을 더 쥐어짜 2014년까지 8백만 대를 생산(올해 7백만 대)하겠다는 판이다.

한쪽에선 수많은 노동자들이 비정규 노동과 실업에 시달리고 있는데, 왜 가뜩이나 일이 많은 노동자들이 더한층의 고강도 노동을 감내해야 하는가. 대규모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신규 채용이라는 대안을 놔두고 말이다.

다른 한편, 일각에선 ‘어느 정도의 임금 삭감을 감내하라’는 말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에도 노회찬, 김유선, 박태주 등 노동운동의 주요 인사들은 임금 삭감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장시간 노동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며 ‘고임금을 고집하는 게 문제’라는 지배자들의 역겨운 논리에 걸려 넘어질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다.

노동조합운동은 임금 삭감 논리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 안 그래도 낮은 기본급 때문에 잔업·특근에 매달리는 노동자들의 불안감을 왜 모르는가. 임금 삭감을 전제하는 것은 주간연속2교대제를 쟁취할 현장 조합원들의 힘을 갉아먹기만 할 뿐이다.

더구나 현대·기아차 사측은 지난 3월에도 사상 최고 수익을 누리는 등 더없는 호황으로 부를 쌓아 가고 있는 마당이다.

사실 2000년까지만 해도 민주노총은 “어떤 경우든 근로시간 단축은 임금 삭감 없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노동운동의 요구는 점점 후퇴해 왔다. 특히 지난 수년간 주간연속2교대제 논의가 사측과의 타협점 찾기로만 다뤄져 이른바 ‘3무 원칙’(임금 삭감, 노동강도 강화, 노동유연화 없는) 실현 전망도 흐려졌다.

3무 원칙

3무 원칙을 내걸고 당선한 현대차 윤해모 집행부가 그 목표를 성취 가능케 할 투쟁 건설 없이 양보를 거듭하면서, 2009년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 기회를 날려 버리고 중도 사퇴한 것이 한 고비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노동자들의 열기는 적지 않았다. 현장 조합원들은 윤해모 집행부의 양보안을 부결시켰다. 대의원들은 윤해모가 교섭장에 들어가는 길목을 막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좌파 노조 지도부의 배신 뒤 당선한 우파 지도부 이경훈은 이를 교섭틀 속에 가둬 버리고 더 큰 양보만 거듭했다.

따라서 이런 뼈아픈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3무 원칙을 내걸고 실질적 투쟁을 건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올해 기아차의 주간연속2교대제 시범운영이 기층 노동자들의 기대를 높이고, 현대·기아차 집행부가 ‘공동 투쟁’을 선언하고 나선 것은 그 가능성을 보여 준다.

1930년대 극심한 경제 위기 속에서도 프랑스, 미국 등의 노동자들은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쟁취한 바 있다. 강력한 파업과 노동자들의 단결이 이를 가능케 한 힘이었다.

우리도 싸워서 이를 쟁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