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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층 분열을 보여 준 보시라이 파문

찰리 호어 《천안문으로 가는 길》(책갈피), 《21세기는 중국의 세기가 될 것인가?》(다함께)의 저자

언론들은 최근 권력에서 밀려난 보시라이에 관해 온갖 선정적 내용들을 보도한다. 특히, 언론들은 보시라이의 처가 한 영국인 기업가 살해 사건에 연관됐을 가능성을 집중 보도한다.

그러나 보시라이의 운명은 현 중국 상황을 잘 보여 주는 사례다. 보시라이는 충칭 시 공산당 서기이자 정치 거물이었다. 올 하반기 중국 공산당은 앞으로 5년간의 당 전략을 발표하는 전당대회를 열 예정이다.

보시라이는 9명으로 구성된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중 한 명으로 뽑힐 가능성이 컸다.

보시라이는 관료들의 부패를 비판하고 문화대혁명의 ‘좋았던 시기’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포퓰리스트로 유명했다.

그의 몰락은 1989년 이후 공개적으로 발생한 가장 심각한 지배층 분열이었다.

1989년, 한 인기 있는 지도자의 사망이 아래로부터의 대규모 저항(톈안먼 항쟁)을 촉발했다. 군대는 베이징 시내 한복판에서 수천 명을 살해한 뒤에야 상황을 수습할 수 있었다.

보시라이는 보통 ‘태자당’의 일원으로 여겨진다. 태자당은 아버지 덕분에 고위직에 진출할 수 있었던 공산당 관리들을 지칭한다.

그들은 공산당, 경제, 정부와 군대 등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한다. 그러나 태자당은 특정한 정책들을 지지하면서 단결한 분파는 아니다.

보시라이가 몰락한 것은 그가 너무 야심이 많았기 때문이지 특정한 정책 때문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다른 고위 관료들의 비리와 중국 최고위층 내부의 분열을 보여 주는 계기가 됐다.

중국 최고위층은 미래 경제 발전 전략을 둘러싸고 심각하게 분열해 있다. 중국 경제는 여전히 다른 나라보다는 성장률이 높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지금 중대한 문제에 봉착해 있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 경제는 주로 서방 국가들, 특히 미국에 값싼 소비재 상품을 수출하면서 성장했다. 이 20년 동안 중국 경제는 연평균 10퍼센트씩 성장했다.

그러나 2008년 발생한 경제 위기는 그런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음을 보여 줬다.

중국 정부는 주택, 도로, 철도와 공항 등을 건설하는 것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 것으로 위기에 대응했다. 또, 공장들이 문을 닫지 않게 지원하면서 성장률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지금까지 이 방법은 먹혔다. 그러나 대가가 매우 컸다.

중국에서는 부동산 거품이 매우 심각하며, 지방 정부들은 되갚기 불가능한 액수의 적자를 쌓았다.

경제는 여전히 성장하지만 성장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런 경향은 중국의 주요 수출시장인 유럽 경제가 충격에 빠지면서 더 심화하고 있다.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성장률을 유지할 가장 좋은 방법으로 내수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내수를 늘릴 여지는 있다. 1983년 중국 GDP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몫은 56퍼센트였다. 그러나 2005년에는 겨우 38퍼센트였다.

두려움

중국 지도자들은 이런 변화가 이미 불만으로 가득한 대중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려워한다.

1990년대부터 이른바 ‘집단 사건’ ─ 파업, 소요, 시위와 기타 투쟁 들을 가리키는 정부 용어 ─ 이 계속 증가해 왔다.

중국 정부는 더는 집단 사건 통계를 발표하지 않지만 지난해에만 대략 10만여 건이 발생했을 것이다. 물론, 이들은 단일한 목표를 추구하는 전국적 운동이 아니다.

각각의 투쟁은 특수한 상황에 대응하면서 시작되며 직접 연관된 사람들 밖으로 확산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근본 원인 ─ 관료 부패, 공해, 저임금 등 - 은 비슷하다. 하나의 투쟁이 광범한 반란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보시라이는 이런 대중적 불만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 했고 그 덕분에 몰락했다. 어떤 지도자들은 기층의 분노를 안전한 방향으로 유도하려고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파업을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이는 이런 개혁이 1989년 톈안먼 항쟁과 같은 심각한 반란이 발생하는 것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그들은 똑같은 사건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판돈이 매우 크기 때문에 중국 지배자들은 이런 모순에서 쉽게 빠져 나갈 수 없을 것이다. 보시라이는 이런 분열이 낳은 희생자였다. 그러나 그가 마지막 희생자는 아닐 것이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3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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