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혐오 확산 논란:
우파의 위선적인 이주민 차별 정책에 반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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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춘 살인 사건 이후에도 중국 동포 이주자들의 범죄 사건이 잇따라 보도되면서, 온라인에서 ‘조선족’에 대한 인종차별적 목소리가 커졌다.
사실 오원춘 사건은 경찰이 국민의 안전에 얼마나 무능한지를 보여 준 대표적 사건이다.
특히 경찰은 가난한 노동자들과 이주민, 노인 등 사회적 취약 계층이 밀집된 지역의 치안에는 무관심하기 이를 데 없다. 대표적 부촌인 강남의 범죄율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낮은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경찰과 언론들은 이런 계급적 문제를 회피하려고 흔히 특정 표적을 성난 대중에게 던져 준다. 사람들은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여겨 국가 통제와 감시를 강화하는 조처에 동의해 주거나, 범죄의 공포와 분노를 특정 표적에게 표출하곤 한다. 온라인에서 뜨겁게 일어난 ‘조선족’ 이주민에 대한 마녀사냥은 이런 배경에서 커졌던 것이다.
이런 목소리가 높아지면 언제나 ‘외국인 범죄 대책’이 쏟아지고, 이주민 밀집 지역에 대한 통제와 단속이 눈에 띄게 증가하곤 한다. 이번에도 안산·울산·경주 등 외국인 밀집 지역의 범죄 대책이 발표됐다.
그러나 현실은 한국인 범죄율이 외국인 범죄율보다 훨씬 높다. 경찰청이 발표한 범죄율 통계를 보면, 2010년 전 국민 중 범죄자 비율은 3.58퍼센트이고 외국인 범죄율은 1.78퍼센트다.
살인·강도·강간 등 흉악한 범죄를 살펴봐도, 외국인 범죄율은 국민 전체 범죄율보다 낮다. 심지어 외국인 범죄가 부각되면 자동으로 ‘범죄자 집단’으로 매도되는 미등록 이주민의 범죄율은 더 낮다.
보수 언론들은 외국인 범죄, 그중에서도 이런 끔찍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낯선 사람이 저지르는 범죄의 공포’를 부추기면서, 낯선 사람과 외국인을 등치시키고 더 큰 공포를 조장한다.
그러나 ‘낯선 사람이 저지르는 범죄의 공포’는 범죄에 관련된 대표적인 신화 중 하나다. 살인·강간 같은 끔찍한 범죄들은 여전히 가족, 친척, 애인, 친구 등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비율이 훨씬 높다.
정부나 경찰이 내놓은 범죄 예방 조치는 전반적인 감시 통제를 강화한다. 특히 이주민에 대한 조치는 억압과 편견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인종차별의 위협은 사실 온라인의 잠깐의 소동보다 출입국관리국과 경찰 등 국가기관이 수행하는 체계적인 통제와 억압과 차별 ― 일상적인 수색과 불심검문, 자의적 체포와 구금, 인종차별적 폭언 등 ― 이 훨씬 크다.
이런 제도화된 인종차별이 광범위한 편견을 부추기고 강화한다. 특히 오늘날처럼 경제적·사회적·정치적 위기가 심화하는 때에는 훨씬 공격적이고 조직된 인종차별적 극우 단체들이 형성될 씨앗이 될 수 있다. 지난 20여 년 간 유럽의 파시스트와 극우 집단들은 이런 반反이민 선동을 통해 성장해 왔다.
위선
이명박 정부 하에서도 이주민 반대 정서와 다문화주의 반대 목소리가 조금씩 커져 왔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경제 위기 때 이주노동자 임금 삭감을 추진했고, 2010년 G20 때는 청와대가 직접 지휘하며 이주노동자 밀집 지역에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바 있다. 또, 다문화주의를 표방하면서도 결혼 이주민들의 ‘위장 결혼’을 막겠다며 비자 발급과 국적 취득 절차를 강화하고 안정적 체류를 위협하고 있다.
새누리당도 2003년에 현대판 노예제로 악명이 높았던 ‘산업연수제’ 폐지를 한사코 반대했고, 2004년에는 ‘불법체류자들의 반한 활동’ 대책을 요구하며 이주노동자 운동을 탄압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런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이 이자스민 논란에 “일종의 사회병리현상인 외국인 혐오가 더 이상 깊어지지 않도록 종합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은 위선일 뿐이다. 외국인 범죄를 열 올려 보도하고 강력한 단속을 주문하던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들이 ‘이주민에 대한 인종차별을 우려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역겹다.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이 1퍼센트를 대변한다는 대중의 불신에서 벗어나려고 총선 비례대표 후보로 결혼 이주 여성을 내세웠어도, 이들이 진정으로 다문화를 실천할 것이라 기대할 수 없다.
진보진영은 이명박 정부와 우파의 위선에 맞서면서 노동자 계급의 국제적 단결과 억압받는 사람들과의 연대의 관점에서 다문화주의를 방어하고, 이주민 차별과 인종차별에 일관되게 맞서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