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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령 후퇴를 최종 확정하려는 통합진보당

통합진보당은 부정선거 파문으로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지난해 두 차례 후퇴했던 강령의 모든 내용을 최종 확정하려 한다.

첫 번째 후퇴는 지난해 6월, 민주노동당 강령 전문의 ‘사회주의’ 구절을 삭제하면서 진행됐다. “사적 소유권을 제한하고 생산수단을 사회화함으로써 삶에 필수적인 재화와 서비스는 공공의 목적에 따라 생산되도록 한다”는 기존의 민주노동당 강령이 “생산수단의 소유구조를 다원화”한다고 바뀌었다.

생산수단의 공공 소유 비전은 민주노동당이 자본가 정당들과는 다른 좌파 사회민주주의 정당임을 표현하는 상징이었다. 그러나 당시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참여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두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좌파적 강령을 삭제하거나 후퇴시켰다.

그에 따라 노동은 여러 부문 중 하나로 격하됐고 “노동계급의 정치세력화 완수”라는 목표는 “노동 존중사회 실현”으로 대체됐다.

반제국주의 문제에서도 후퇴했다. 기존 강령은 “불평등한 한미 군사조약과 한미 행정협정을 폐기하고, 핵무기를 완전히 철거하고, 미군을 철수시킬 것” 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었다. 그러나 개정 강령은 이것을 “남북 군축과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을 통해 한미 군사동맹 체제를 해체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킨다”로 바꿔서 평화체제를 위한 선결적 과제였던 주한미군 철수를 평화체제 구축 이후 순위로 돌렸다.

여성 관련 강령에서도 “여성의 성을 억압하고 소외시키는 상품화”와 “자본주의적 제도와 가치체계와 맞서 싸운다”는 내용이 삭제됐다. 소수자들의 권리를 위해 싸운다는 표현도 완화됐다.

진보적 민주주의

두번째 후퇴는 통합진보당이 만들어지면서 벌어졌다. 지난해 11월 민주노동당, 참여당, 통합연대가 합의한 ‘과도 강령’에서는 “토지 사회화 추진”이 삭제됐고 “금융부문의 공공성 강화와 사회화 추진”도 사라졌다.

복지 요구 수준도 낮아졌다.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확대 앞에 “단계적”이라는 단서가 들어갔다. 국정원 같은 “폭압기구 해체”가 “민주적 통제”로 둔갑했다. FTA 추진의 원죄가 있는 참여당과의 통합 때문인지 “한미FTA, 한EU FTA 반대”도 “불평등 조약과 협정을 개정, 폐지”로 후퇴했다.

이번에 확정할 통합진보당 새 강령은 이처럼 두 차례 후퇴한 강령을 순서를 바꾸고 비슷한 내용을 묶은 것이다. 대신 ‘과도 강령’에는 없던 강령 전문을 추가했다. 그런데, 이 전문은 지난해 6월 민주노동당 강령에서 사회주의 구절을 삭제하고 등장했던 ‘진보적 민주주의’를 되살린 것이다.

‘진보적 민주주의’는 민주당과의 연립정부 구성을 염두에 두고 계급연합 전략을 정당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진보적 민주주의’의 옛 형태인 민족통일전선론은 해방정국에서도 계급투쟁을 억제한 실패한 노선이다. 당시 조선공산당과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전평)는 노동자들에게 “양심적 민족자본가”와 협력해 생산에 힘쓰라고 강조했다. 또, 노동자들의 공장자주관리운동과 농민들의 토지 접수 시도를 제지했다. 이런 틈을 타 우익은 세력을 결집시켰고, 미군정은 각종 노동자·민중 조직을 파괴할 수 있었다.

부정 선거 파문이 문제를 일으킨 상황에서도, 모든 부정과 부패의 근원인 자본주의 체제에 더 순응하는 방향으로 강령을 후퇴시키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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