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광청 탈출이 보여 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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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미국의 제4차 전략경제대화를 앞두고 인권 변호사 천광청의 탈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가뜩이나 보시라이 사태로 깊은 분열을 드러낸 중국 지배자들에게 또 다른 당혹감을 선사했다. 보시라이 사태가 중국 지배 관료들의 뿌리 깊은 부정부패와 분열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면, 이번 사건은 중국 국내에서 권위주의적 억압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 줬다.
천광청은 지방 농민들을 대변해 지방 관리들의 비리를 폭로하고 여러 차례 소송을 낸 인권 활동가다. 이 때문에 그는 산둥성 당 관료들의 미움을 샀다. 2006년 그가 산둥성 린이시 당국이 여성 7천여 명에게 강제로 낙태나 불임 시술을 받게 한 사실을 폭로하자, 지방 관료들은 군중 선동 등을 문제 삼아 천광청을 감옥에 가뒀다.
2010년 출소 후에도 그는 가택에 연금돼 삼엄한 감시를 받아야 했다. 산둥성 공안 당국은 그의 집을 거대한 콘크리트 분리장벽으로 에워쌌고, 1백 명에 이르는 공안과 감시인들을 배치했다. 수감과 가택 연금 기간 내내 천광청과 그의 부인은 가혹행위에 시달렸다.
이처럼 천광청 사건은 중국 지배자들이 권력을 유지하려고 얼마나 끔찍한 억압을 저지르는지 보여 준다. 중국이 올해 책정한 공안 관련 예산이 무려 7천18억 위안(약 1백26조 원)이다. 이는 국방 예산 6천7백3억 위안보다 더 많다. 게다가 전체 인구의 3퍼센트가량을 정보원이나 감시원으로 쓰고 있다. 이것이 중국 현 지도부가 강조해 온 이른바 “조화 사회”의 실체인 것이다.
중국 지배자들은 중국의 심각한 불평등 때문에 아래로부터 저항이 확대될까 봐 두려워한다. 국내외적으로 자본주의 경쟁이 격렬해지고, 곧 경제 위기에 빠질 것이란 두려움 때문에 지배자들이 노동자 대중에게 진정으로 양보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독립 노조 건설, 완전한 선거권, 언론 출판의 자유 등 노동자·민중의 민주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민주주의와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국내 인권 활동가들을 탄압해 저항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막으려 애쓰고 있다.
연속혁명
늘 중국의 인권 개선을 요구해 온 미국 정치인들도 이번에는 할 말이 없게 됐다. 오바마 정부는 중국 정부가 구두로 신변 보장을 약속하자, 서둘러 그를 미국 대사관에서 내보냈다. 그래서 천광청은 “[미국에게] 속았다는 느낌이 든다” 하며 불만을 토로했다. ‘인권과 민주주의’는 서방이 중국을 압박하는 구실에 불과했던 것이다.
일단 이번 사태는 우여곡절 끝에 천광청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기로 하면서 일단락될 듯하다. 그러나 천광청이 미국으로 떠나도, 중국에서 권위주의 독재를 타도하고 민주적 권리를 쟁취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중국 노동계급의 투쟁이 이것을 진정으로 해결해 줄 것이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인권 활동가들은 노동계급의 잠재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노동자 투쟁의 주역으로 떠오른 젊은 이주 노동자들(민공)은 텐안먼 항쟁 패배의 기억에서 자유롭다. 노동자 운동이 자신의 잠재력을 깨달으면서 그 조직력도 점차 향상되고 있다. 3월 10여개 도시에서 일어난 운수 노동자들의 파업처럼 노동자 연대도 발전하고 있다.
지금 중국 노동자들은 주로 자신들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려고 싸우고 있지만,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싸움에도 나설 수 있다. 이집트의 노동자들처럼 중국 노동자들이 거대하게 일어서면, 강력한 권위주의 독재도 끝장낼 수 있다. 중국 노동계급이 스스로 억압의 쇠사슬을 끊고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적 과제들도 함께 성취하는 ‘연속혁명’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지배자들이 심각하게 분열한 지금, 이 전망은 그저 먼 미래의 일이 아닐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