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파는 마녀사냥과 진보 탄압에 필사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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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사태를 위기 탈출의 계기로 삼으려는 집권 우파의 시도는 매우 필사적이다.
이것은 우파의 심각한 정치·경제적 위기감 때문일 것이다.
2010년 이후 잠시 진정되는 듯하던 세계경제 위기가 최근 다시 격화되고 있다. 특히 수출 강화로 추락을 피해 온 한국 자본주의에게 유럽과 중국의 경기 침체는 커다란 위협이다.
저축은행들의 잇따른 퇴출은 권력 실세들의 복마전 같은 비리를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과 연계된 경기부양책의 실패와 거품 붕괴의 심각한 위험까지 경고하고 있다. 가계대출은 줄지 않는데, 실질적인 가처분소득이 줄고 있고, 물가는 내려올 줄 모른다.
경제 위기와 생활고는, 기층의 불만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고 노동자투쟁을 자극할 수 있다. 경제 위기 대처 방안을 놓고 지배계급 내부에서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도 커진다.
이 상황에서 이명박 정권 실세들의 부패 비리가 계속 밝혀지는 것은 집권 우파들에겐 치명타다. 정권이 레임덕에 빠져 있고 부패와 실정으로 지독한 원성의 대상이 되면서 박근혜도 정권과의 차별화 압박을 더 크게 받고 있다.
결국 새누리당과 우파 내부, 심지어 친박계 안에도 균열의 불씨가 커지고 있다.
이런 처지니 우파에겐 언론 파업, 쌍용차 해고자 투쟁 등에 사회적 지지가 커지는 것이 두려울 테고, 두 배로 의석을 늘린 통합진보당도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결국 집권 우파는 자신들의 위기와 분열을 벗어날 효과적인 길은, 통합진보당의 위기를 한껏 이용하며 공안 탄압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할 법하다.
우파는 우선, 통합진보당 사태를 더 추악한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는 데 이용하고 있다.
파이시티 사건은 대선자금 문제라는 뿌리로 나가지 못하게 은근슬쩍 개인 비리로 덮어버렸고, “정권 실세들의 닥치고 먹자판”이라는 저축은행 비리도 묻히고 있다.
둘째, “종북 좌파 척결”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내세워 분열 위기에 놓인 우파의 결집을 유지하려 한다. 반면에 당권파와 비당권파, NL과 PD 등을 이간질하며 진보진영을 분열시키려 한다.
셋째, 우파는 민주통합당에게 야권연대로 ‘종북 좌파’가 정부 안에 들어오게 할 것이냐며 압박을 하고 있다. 조중동은 ‘종북좌파’ 이석기를 노무현과 문재인이 청와대에 있으면서 사면복권시켰다며 공격하고 있다.
검찰이 압수한 당원명부로 이석기 당선자의 금품수수 의혹을 수사하겠다는 것은 사상 검증을 통한 국회 제명이 실패할 경우 국회에서 제명할 명분을 찾으려는 의도로도 보인다.
결국 우파의 전략은 진보정당을 마녀사냥하고 민주당을 길들여서 사회 세력관계에서 우파의 우위를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들의 정권재창출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저들의 의도대로 우파가 권력을 연장하면 경제 위기 고통전가와 각종 개악도 지속될 것이다.
신경질적
그러나 사실 이런 도발은 도박에 가깝다. 자칫 하다간 거듭 확인된 청년세대의 반우파 정서와 노동자 투쟁이 만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들의 공격도 그토록 신경질적이고 필사적인 것이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의 총선 이후 행보가 이런 우파의 전략 추진을 수월하게 해줬다.
최근 유출된 ‘4·11 총선 평가와 과제’ 보고서에서 민주당은 ‘좌편향으로 중도층 유권자를 우파에게 뺏긴 것이 총선 패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 “4·11 총선에서 일관된 진보, 일관된 보수로 … 정의할 수 없는 ‘이념적 혼재층’이 51.7퍼센트로 대폭 증가했다”고 말한다. “리더십을 강화”하면서 이들을 “집중 공략”하라는 게 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민주당이 이런 식으로 중도층을 흡수하려면 통합진보당을 위축시키거나, 민주당에 확실히 종속시켜야 할 것이다. 바로 이런 판단에서 이해찬―박지원 담합이 이뤄진 것이고, 반이명박 투쟁을 삼가고 안철수와 연립정부를 구성하자는 등의 얘기가 나오고 있다.
최근 민주당 대표 경선 결과가 지역별로 엎치락뒤치락하며 지역주의적 투표 성향까지 나타나는 것은 주요 후보들이 이런 비전을 공유하면서 서로 별다른 차별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민주당에 의존하지 않는 진보진영의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진보진영은 우파의 공안 탄압에 맞서 광범위하게 단결하고 공안정국 조성 시도를 저지해야 한다.
오히려 통합진보당 선거 부정 뒤에 숨기려는 이명박과 우파들의 더러운 치부를 들춰서 열정적으로 폭로하고 공격해야 한다.
그러면서 언론 파업, 쌍용차 투쟁 등과 정권의 부패와 공안 탄압에 맞서는 정치적 행동들을 연결하고, 연대를 건설한다면 얼마든지 우파의 더러운 의도를 좌절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