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한대련 탈퇴 총투표:
올바른 관점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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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총학생회가 6월 초 한대련 탈퇴 총투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총학생회 선거에서 현 총학생회 경향은 지난해 총학생회가 “고려대학교 학생들을 위한 총학생회라고 하기 보다 한대련 고대지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학생들의 의견과 상충된 행동을 많이 했다”고 평가하며, “학생들이 뿔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총투표로 한대련 탈퇴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비판에는 이해할 만한 점이 있다. 지난해 총학생회는 교육투쟁이 한창인 와중, 투쟁과 별 관계가 없는 한대련의 새내기 콘서트 장소 문제를 두고 비민주적으로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여 큰 반발을 샀다. 이는 교육투쟁에 열의가 없던 비운동권 학생회가 교육투쟁에 비협조적인 데 빌미를 제공했다.
한대련 내 주요 세력인 자주파 경향이 비민주적으로 행동한 이런 사례는 단지 지난해 고려대뿐 아니라 지난 몇 년 간 여러 곳에서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이들은 성공회대 총학생회의 한대련 가입 총투표 과정에서 부정을 저지르거나, 최근 통합진보당 선거 부정 이후 열렸던 중앙위원회에서 발생한 폭력 행위에 한대련 핵심 간부들이 가담하는 등 잘못된 모습을 보여 왔다.
한대련은 “전국대학생들의 단일하고 대표적인 대중조직”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민족자주’ 강령과 이데올로기에 기초한 자주파 경향의 외피로 운영돼 왔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스탈린주의 정치가 있다. 스탈린주의 지지자들은 소련·북한 등과 같은 관료적 국가자본주의 체제에 호의적이면서, 그들이 관여하는 조직 내 민주주의에 소홀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총련과 마찬가지로 한대련도 스탈린주의 지지자들의 비민주적 통제가 심하고, 자주파 강령과 이데올로기를 동의하지 않는 광범한 진보적 학생들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한대련 초기에는 잠시 한총련과 다른 단체인 양 처신하느라 자주파 경향이 아닌 학생회도 공존하는 듯 보였지만, 2007년 무렵부터는 자주파 경향의 통제가 급속히 강화됐다.
더구나 최근 한대련이 반값등록금 운동에서 주도적 구실을 하기는 했으나 민주당과의 전략적 연합을 추구하면서 투쟁성에서도 문제가 나타났다. 민주당에 무비판적 태도를 취하고 선거 중심적 활동에 치중하느라 캠퍼스 점거 투쟁 등 전투적 투쟁 건설이나 노동자 투쟁 연대 등에는 소홀한 것이다.
따라서 한대련과는 다른 대안적인 진보적 학생운동체가 필요하다. 각 학생운동 단체들의 정치적·조직적 독자성을 보장하면서, 서로 민주적 논의에 기초해, 학생들의 권익을 방어하고 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며 차별과 억압에 맞서 공동으로 투쟁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
한대련을 탈퇴하려면 이런 대안 건설과 연결돼야 한다. 그런데 자유주의 성향의 고려대 총학생회가 주도하는 한대련 탈퇴 총투표는 대안적인 진보적 학생운동체 건설과 연결되기 쉽지 않을 듯하다. 우파의 마녀사냥 분위기 속에서 진보적 대안을 모색하지 않은 채 한대련 탈퇴를 추진한다면, 오히려 개별 대학 울타리를 넘어선 진보·개혁적 학생들의 전국적 연대를 약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 그럴 바에야, 당분간 한대련 내에서 비판적·좌파적 목소리를 내면서 활동하면서 대안을 모색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