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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 마녀사냥과 국가관 검증 논란:
남한 국가와 체제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는 우파

우파들의 마녀사냥이 점입가경이다. 이들은 북한 문제에 대해 진보 정치인들의 사상을 검증해야 한다고 성화다.

우파 논객 전원책은 “김정일·김정은을 ‘개새끼’라고 할 수 있어야 종북 세력이 아니다”라는 망언까지 했다. 조중동은 진보정당에게 ‘3대 세습, 북핵 문제, 북한 인권 문제 등’에서 ‘명확한 입장’을 내놓으라고 압박한다.

국가보안법에 반대하는 진보 활동가들 자유민주적 기본권도 부정하는 우파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고 있다. ⓒ이윤선

전향한 옛 주사파 활동가들도 동원돼서 자신의 과거와 옛 동지들을 밀고하게 만들고 있다. 주사파 출신 새누리당 의원 하태경은 아예 “주사파 출신 국회의원 한두 사람 날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과거 주사파에 몸담았던 사람들이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요즘 ‘화장실에서 웃고 있다’는 이명박도 “[북한보다]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 세력이 더 큰 문제”라며 숟가락을 얹었다.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에 대해서도 우파들은 길길이 날뛰고 있다. 〈조선일보〉는 “임수경 의원의 조국은 어디인가”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민주당 이해찬 의원이 북한인권법 제정을 반대하자, 이제 우파들은 북한인권법에 대한 태도를 ‘종북’이냐 아니냐의 잣대로 삼기 시작했다. 극우익 조갑제도 “[임수경이 실언에 대해] 사과의 진정성을 입증하려면 북한인권법 통과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종북주의’ 논란은 결국 남한 자본주의 국가와 지배 체제(헌정 질서)에 충성하는지를 묻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이것은 통합진보당이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다는 비난에서도 나타났다.

박근혜가 “기본적인 국가관을 의심받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한 데 이어서, 이명박도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려는 어떤 자들도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1950년대 미국의 매카시즘 선풍 때 사상 고백과 전향을 강요하는 분위기를 방불케 한다.

그러나 ‘김씨 세습 왕조’에 비해 자유롭고 민주적인 남한 체제가 더 우월하며, 남한 체제에 복종하라는 우파들의 주장은 어처구니가 없다.

이들은 걸핏하면 북한의 3대 세습을 비난하지만, 남한 지배자들이 대대로 부와 권력을 물려줘 온 것은 모른 체한다. 삼성 이건희가 아들 이재용에게 그룹을 물려주려고 온갖 탈법을 자행해도 눈감아 주면서 말이다.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건 고달픈 삶밖에 없다는 점도 남한과 북한이 별반 다를 게 없다.

북한 인권 문제에서 우파들은 자신들이 진정한 인권의 수호자인 양 위선을 떤다. 그러나 남한은 국가보안법 탄압과 노동자 탄압으로 국제 인권 기구들로부터 늘 비판을 받는 국가고, 전 세계 양심적 병역거부 수감자의 90퍼센트가 남한 감옥에 있다.

우파들이 열 올리는 북한인권법도 주로 ‘반공 우익’ 단체들을 지원하며 냉전 대결을 부추기는 데 목적이 있는 법이다. 또한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 강화가 아니라 그 과정의 ‘감시와 규제’를 강조하는 법이기도 하다.

우파는 진보세력이 탈북민을 무시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그동안 탈북민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인권을 침해해 온 것은 바로 이 정권과 우파였다.

이명박 정권은 탈북민 해외 수용소 건설을 추진했고, 탈북민 합동심문 기간을 90일에서 1백80일로 늘렸다. 그리고 국정원 주도의 합동심문 과정에서 탈북민들이 “욕설이나 폭행, 사실상의 감금 등 반인권적 대우”를 받게 했다.

탈북민 대부분이 가난에 허덕이는데 2010년 하태경은 “‘작은 정부’의 원리는 탈북자 정책의 분야에서도 지켜져야” 한다며 탈북민을 위한 지원 강화를 반대하기도 했다.

어불성설

따라서 남한 자본주의와 국가에 무조건 충성하라는 우파의 강요는 어불성설이다. 착취와 억압을 유지하려고 인권을 무시하고 짓밟아 온 남한 지배자들의 행태는 북한 지배자들의 행태와 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사실 남한 체제와 국가는 1948년에 제국주의 억압에서 벗어나 통일되고 민주적인 국가를 건설하려는 인민의 열망을 총칼로 짓밟고 세워진 국가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진 독재정부들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짓밟아 왔다. 남한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는 4·19 혁명과 1987년 6월 항쟁 등 이런 지배 체제에 맞선 민중의 저항으로 그나마 전진할 수 있었다.

이처럼 남한 자본주의와 국가가 자행한 착취·억압 때문에 일부 좌파들이 그 반발로 북한 체제에 대한 기대를 품게 됐던 것이다.

그러나 북한 체제의 기원과 성격은 사실 남한 체제와 크게 다를 바 없다.

1948년 소련의 지원으로 정부를 수립한 북한 관료들은 국가자본주의적 방식으로 급속한 공업화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와 농민의 무자비한 희생이 강요됐다. 이로 인한 불만을 제압하고자 억압기구는 비대해졌고, 노동자들의 민주적 권리는 보장될 수 없었다.

북한 관료들은 서방·남한과의 군사적·경제적 경쟁 속에서 매우 중앙집권적인 명령 체계를 통해 국가 전체를 운영하려 했다. 이것이 북한 관료들이 ‘수령’의 유일지도를 강조하고 권력 세습까지 나아간 배경이다. 북한 관료는 제국주의 압박에도 인민의 필요를 희생시키는 군비 증강으로 대응했다. 핵·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즉 북한 체제도 남한과 똑같이 계급 분단이 존재하고, 축적을 위해 다수 인민을 희생시키는 체제다.

따라서 좌파는 미국 제국주의와 남한 지배자들의 대북 압박에 반대하면서도, 북한 체제를 지지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노동계급에게 숨김없이 진실을 말해야 하는 사회주의자들은 북한이 대안 사회가 아님을 분명히 하는 게 옳다.

따라서 국가보안법의 존재를 고려해야겠지만, 일부 자주파 동지들의 북한 문제를 회피하는 태도가 바람직한 건 아니다. 북한 민중의 인권과 민주적 권리를 제대로 방어하지 않는 것은 남한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을 위한 우리의 노력도 약화시키는 빌미가 될 수 있다.

진정한 좌파는 북한 노동계급 스스로 해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

북한의 평범한 인민들이 더 나은 삶을 누리려면 북한과는 전혀 다른, 진정한 사회주의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야 한다. 이런 혁명적 관점에서의 북한 비판은 우파가 결코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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