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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서구 마르크스주의, 소련을 탐구하다》:
여전히 중요한 옛 소련 사회의 성격 논쟁

2009년에 작고한 크리스 하먼은 국제사회주의경향(IST)인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주요 이론가이자 활동가였다. 하먼은 특히, 토니 클리프가 제시한 국가자본주의 이론을 발전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서구 마르크스주의, 소련을 탐구하다》 마르셀 판 데 린덴 지음 │ 황동하 옮김 │ 서해문집 │ 2만 3천 원
스탈린 집권 시절 강제 노역에 동원된 어린이 이런 사회가 사회주의일 리 있겠는가.

192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60여 년 동안 모든 사회주의자들이 마주해야 했던 중요한 문제가 있다. 전체 지표의 3분의 1을 뒤덮고 있는 국가(소련)가 사회주의 이상을 구현한다는 주장을 비판적으로라도 받아들여야 하는가? 만약 받아들일 수 없다면 우리는 그 국가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

이 “소련 문제”로 인해 셀 수 없이 많은 문서와 격렬한 논쟁 글이 쏟아져 나오고 갑론을박과 골치 아픈 토론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 논쟁은 이론 자체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고, 외려 실천적 문제들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쳤다.

옛 소련이 일종의 사회주의 사회거나 못해도 “노동자 국가”나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라면, 소련을 지지하는 것이 인류의 사회주의적 미래를 위한 투쟁의 편에 서는 것이었다.

소련이 어떤 의미에서도 사회주의와 거리가 멀고 자본주의보다 퇴보한 사회라고 주장한다면, 소련에 맞선 서방 자본주의를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그리고 소련이 서방과 본질적으로 같은 범주 안에 드는 사회라고 주장한다면, 둘이 피장파장이라고 해야 했다.

마르셀 판 데 린덴은 이 책에서 옛 소련 사회의 성격에 대한 논쟁의 역사를 상세히 정리해 줬다. 린덴은 80명의 이론을 탐구하고 요약적으로 제시했다. 이 80명 중 일부는 이름만 들으면 다 알 사람들이고, 다른 일부는 협소하고 고립된 좌파 서클에 있어 밖으로 알려지지도 않은 사람들이다.

린덴은 이 책을 정리하면서 이 논쟁을 이해하는 통찰을 제공한다. 20세기 좌파의 역사 내내, 특히 나치즘과 스탈린주의가 같이 1917년의 희망을 죽이던 “세기의 암흑기”에, 이런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쓰던 사람들에게 이 논쟁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에서 두 가지 약점을 찾았다. 모든 사상가들을 다루려다 보니, 린덴은 더 중요한 몇몇 사상가들의 이론에서 흥미진진하고 중요한 요소들을 비껴가게 된다. 이런 태도 때문에 심지어 린덴은 “클리프를 중심으로 한 경향”[국제사회주의경향(IST)]의 몇몇 생각을 왜곡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그래서 그는, 토니 클리프가 폴 마틱과 대조적으로 “국가자본주의가 특히 자본이 빈약한 국가에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하지 않았다고 서술한다. 그러나 클리프는 1960년대 초에 쓴 “연속혁명”이라는 글에서 알제리·이집트·쿠바 같은 나라에서 “빗나간 연속혁명”이 어떻게 국가자본주의 체제가 됐는지 묘사한 바 있다.

국가자본주의

또 린덴은 “1956~1968년에 새로운 진전이라는 점에서 거의 바뀐 것이 없는 클리프의 이론 … 클리프의 추종자 사이에서 토론은 하나의 주장, 즉 소련 노동자의 사회적 지위에 집중되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클리프가 〈스탈린에서 흐루시초프까지〉 소책자와 《러시아 : 마르크스주의적 분석》 1963년 판에서 점증하는 소련 경제의 위기 요소에 대해 자세히 탐구한 것을 무시하는 것이다. [이에 관련된 내용은 《소련은 과연 사회주의였는가?》(책갈피)를 참고하시오.]

린덴은 1980년대에 “클리프와 그의 지지자들은 … 국가자본주의의 붕괴를 상상할 수 없었다”고 말해 그의 실수를 더 악화시킨다. 사실, 1970년대에 쓴 기사에서 나는 이미 소련이 거대한 경제 위기에 의해 쪼개질 것임을 밝힌 바 있다.

나는 이런 논의를 《동유럽에서의 관료주의와 혁명》이라는 두 권짜리 책(1974년, 나중에 《동유럽에서의 계급투쟁》[국역: 《동유럽에서의 계급투쟁》(갈무리)]으로 재출간)과, 1977년에 쓴 폴란드 관련 기사에서 더 깊이 발전시켰다. 나는 그가 다른 이론들을 대할 때라도 우리 이론을 대할 때보다 깊이가 더 있으면 좋겠다.

비판할 점이 또 있다. 이 책의 어조는 지나치게 무미건조하고 학술적이다. 린덴에게는 세 세대의 혁명가들이 이 문제로 고뇌했다는 데 대한 고려가 없다. 심지어 이 주제는 아직도 고민할 가치가 있는데도 말이다. 21세기 사회주의를 위해 효과적으로 싸우려면 20세기에 사회주의를 구현했다고 주장하는 괴물 같았던 체제를 이해하려 애쓰는 것이 하나의 전제다.

또한, 소련의 성격을 이해하는 논의는 오늘날의 세계 체제를 분석하는 문제와 더 중대한 관련이 있다. 사회적 생산의 매우 많은 부분은 여전히 국가에 달려 있다. 어떤 사회주의자들은 국가 부문이 경제적으로 자본주의 착취 영역 바깥에 있다고 본다. 반면 다른 사회주의자들은 세계 체제에서의 경쟁 때문에 국가·기업의 경영자들이 체제 내부에 노동자들을 자본주의 생산의 법칙에 종속시킨 비시장적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했다고 본다.

린덴은 혁명적 전통에 입각한 역사가들에게 매우 유용한 책을 썼다. 그러나 실질적 문제들에 대해 불필요하게 무심한 것이 이 책의 유용성을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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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은 과연 사회주의였는가?》─ 국가자본주의론의 분석

토니 클리프 지음 │ 정성진 옮김 │ 책갈피 │ 2만 2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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