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천5백64명 대규모 계약 해지:
원·하청 공동 투쟁으로 맞서자
〈노동자 연대〉 구독
현대차 사측이 한시 하청 노동자 1천5백64명을 계약 해지하고 있다. 7월 12일까지 이들을 “정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측은 이들을 ‘2년 미만 직영 기간제 계약직으로 전환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는 또다시 비정규직 굴레를 씌우는 것일 뿐이다. 게다가 2년 미만 고용이라 언제든 해고될 수 있다.
이번 대규모 계약 해지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려는 술수다.
사측도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개정 파견법이 시행되는 8월 2일 이후부터 2년 미만 사내하청 노동자도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가 부과되기 때문에 취한 조처라는 것이다.
대규모 계약 해지 계획 발표 당일, 사측은 최병승 씨 복직 판정조차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불법파견을 정규직화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다.
사측은 한시 하청 노동자를 정규직화하면 정규직의 일자리가 흔들릴 것이라고 선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뻔뻔스럽고 역겨운 주장이다.
현대차는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충분한 돈과 여력이 있다. 일자리 문제의 근본은 사측이 엄청난 이윤을 뽑아내면서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늘리지 않는 데 있다. 설움 속에서도 묵묵하게 일했던 한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될 자격이 있다.
사측은 한술 더 떠 “글로벌 경제 위기”, “비상 경영” 운운하며 ‘사내하청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선동한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 위기”가 사내하청 노동자들 탓인가? 지난해 미국을 강타했던 ‘점거하라’ 운동이 주장했던 것처럼, 1퍼센트를 위한 탐욕스러운 자본주의 자체가 위기의 원인 아닌가?
경제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려는 사측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본격적인 위기가 시작된다면, 사측은 더 많은 먹잇감을 찾을 것이다. 우리는 1998년 경제 위기 때 현대차에도 불어닥친 대규모 정리해고를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현재 벌어지는 사측의 공격에 맞서야 한다.
‘약한 고리’ 흔들기
현대차는 올해 주간연속2교대제 쟁취와 불법파견 정규직화 같은 매우 중요한 투쟁을 앞두고 있다. 사측의 한시 하청 노동자 공격은 이런 투쟁을 겨냥하고 있다.
첫째, 사측은 현대차지부와 비정규직지회가 결의한 원·하청 공동 투쟁에 쐐기를 박으려 한다. 이 투쟁의 요구가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다. 요구안에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구조조정(무급휴가, 계약 해지) 즉각 중단”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이번 공격은 현대차지부와 비정규직지회 모두를 겨냥한 것이다.
둘째, 사측은 ‘약한 고리’인 2년 미만 노동자들을 공격해 노동자들을 이간질하고 있다.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분열시키고, 2년 이상 비정규직과 2년 미만 비정규직 사이의 분열도 꾀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벌어지는 공격의 칼끝은 단지 한시 하청 노동자만이 아니라, 2년 이상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겨누고 있다. 그리고 정규직 노동자들도 겨누고 있다.
만약, 사측이 공격에 성공해 더 힘을 키운다면, 주간연속2교대제와 불법파견 정규직화에서도 양보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따라서 첫째, 현대차지부와 비정규직지회가 한시 하청 계약 해지에 맞서 원·하청 공동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한시 하청 노동자들은 조직돼 있지 않아 투쟁에 나서기 어려운 조건이다. 게다가 사측은 “처우 개선”이라는 당근도 흘리고 있다.
현대차지부와 비정규직지회의 공동 투쟁이 벌어진다면, 계약 해지 당사자들도 희망을 갖고 조직과 투쟁의 필요성을 느낄 것이다. 이미 비정규직지회와 현대차지부는 옳게도 이번 계약 해지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현대차지부의 구실이 중요하다. 입장 표명뿐 아니라 실질적인 투쟁 계획이 필요하다.
단결된 투쟁과 조직
우선, 정규직과 한시 하청을 가르는 사측의 이데올로기 공격을 반박해야 한다.
그리고 원·하청 공동으로 본관 출근 투쟁 등을 조직하고, 사업부별 원·하청 연대회의가 집회 등을 조직해 항의하며 투쟁 분위기를 상승시켜야 한다.
둘째, 7월 3일 대의원대회에서 1사1노조 추진이 확정되는 게 원·하청 공동 투쟁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면 현재 계약 해지 대상자들도 통합노조로 조직해 함께 싸울 수 있다.
그러려면 현대차지부 지도부가 나서 정규직 대의원들과 조합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5월 8일 문용문 지부장이 공개적으로 1사1노조를 추진하겠다고 칼을 뽑은 만큼, 책임감 있게 나서야 한다.
비정규직지회 지도부는 최근 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직의 교섭권, 체결권, 쟁의권이 보장된 1사1노조’ 추진을 결정했다. 이런 결정에는 이전 정규직지부 지도부의 투쟁 통제에 대한 불신이 반영됐을 것이고, 이해할 만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노조의 핵심 기능과 권한을 따로 두자는 것은 진심으로 노조를 통합하려는 것인지 의문을 던지게 한다. 더구나, 상층 지도부의 투쟁 통제에 맞서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아래로부터 투쟁과 대안 건설이지, 어느 지도부에게 권한이 있느냐가 아니다. 따라서 이 요구를 전제조건으로 고집하는 것은 노조 통합 취지에 걸맞지 않을 것이다. (지난호 관련 글에 대한 자기 비판적 평가 글은 온라인 기사를 보시오.)
지금 원·하청 공동 투쟁이 더 절실해졌다. 이런 투쟁과 노조 통합 추진 속에서 계약 해지 당사자들을 모아 간담회 등을 조직해야 한다. 이들에게 사측의 의도를 폭로하며, 투쟁 동참과 통합 노조 가입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이런 투쟁으로 한시 하청 대규모 계약 해지를 중단시키거나 어느 정도 막아 낸다면, 향후 현대차 투쟁에서 단결의 분위기와 자신감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요구 성취뿐 아니라 정규직·비정규직의 단결이라는 노동자 연대 의식의 발전, 1사1노조를 통한 조직 강화라는 성과를 남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