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누구를 위한 ‘새로나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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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지도부 선거와 ‘새로나기 특별위원회’가 발표한 쇄신안을 계기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무엇을 위한 쇄신인지는 분명치가 않다. 예컨대 유시민 전 대표는 “엄청난 민폐를 끼치고 있다. 빨리 당을 혁신해 [야권연대에] 더 피해가 안 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기갑 후보도 “야권연대 동지들”이 당의 쇄신을 기다린다고 했다. 강병기 후보도 “야권연대를 지키고 발전시켜” 가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즉, 당 쇄신의 목적이 대선을 앞두고 야권연대를 어떻게 빨리 복원할 것인가에 맞춰진 인상이다. 쇄신의 대상으로 지목받고 있는 구당권파도 이미 ‘묻지마 야권연대’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강령 후퇴, 참여당과의 통합을 밀어붙여 왔다. 그런데 신당권파 주도 아래서도 이 방향은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여전히 ‘국민 눈높이’, ‘대중적 진보’ 등이 주요 키워드인 상황이다.
‘한미동맹 해체·미군 철수·재벌해체·진성당원제에 대한 재검토’가 새로나기 특위의 주장이다. 사실 구당권파가 강령을 후퇴시키는 과정에서 이미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관련 입장을 훼손시킨 바 있다. 그러나 반제국주의라는 진보의 기준으로 볼 때,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는 주범인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에 대한 반대 입장은 지켜져야 할 가치다.
새로나기 특위가 북한 핵, 탈북민, 3대 세습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세우는 것도 진정한 진보의 원칙에서보다는 우파적 압력에 타협하는 방식으로 제기되는 것이 역력하다.
혁신비대위가 “정당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며 청소년 당원들의 당권을 박탈하는 것도 부르주아 합법주의의 반영이다. 이미 구당권파의 이정희 대표도 “정당법상 청소년 당원의 지위가 문제가 있다”며 이 방향으로 갈 단초를 보여 왔다.
국민 눈높이
노동 중심성 문제도 쇄신의 중요한 쟁점으로 올라와 있다. 여기서도 구당권파는 이미 ‘묻지마 야권연대’와 참여당과의 통합 과정에서 노동 중심성을 훼손했다. 당명에서 노동을 빼고 총선 5대 핵심기조에서도 노동을 제외했다.
그런데 이제 새로나기 특위는 “민주노총 중심의 조직 노동이 기득권층화 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조직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노동자들을 갈라치기 위한 이데올로기였던 ‘노동귀족’론을 떠오르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노동계급의 단결과 투쟁에 도움이 될 수 없다.
구당권파가 패권적으로 ‘묻지마 야권연대’와 참여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도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의 분열을 야기했다. 그 결과,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의 분열상을 해소하려던 진보대통합은 실패했고, 지난 총선 때 영남 ‘노동벨트’에서 진보 후보들은 승리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노동운동에 기반한 각 정치세력이 노동계급의 단결과 투쟁이라는 공통의 이해에 복무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정치적·조직적 독자성을 누리는 공동전선적 모델로 협력하는 것이다.
진정한 쇄신은 노동자 민주주의와 정의를 바로 세우고, 노동운동의 투쟁성과 급진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