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한 주류 양당의 이석기·김재연 국회 제명 시도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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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돼야 하는 것은 부패 우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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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6월 30일 노동자연대 다함께가 발표한 성명서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 자격심사안 공동 발의’에 합의했다. 두 의원의 의원직 박탈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들은 ‘의원 자격을 부당하게 얻은 것을 되돌리겠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두 당은 ‘성추행’ 김형태나 ‘논문 표절’ 문대성 같은 자들에 관해선 의원직 박탈의 ‘박’자도 꺼내지 않는다. 새누리당은 17대 최연희와 18대 강용석 등 성추행 당사자들의 의원직 박탈을 대놓고 막았다. 강용석 때는 “이만한 일로 제명되면 우리 중 이 자리에 남아 있을 국회의원이 얼마나 되겠냐”는 말까지 했다.
게다가 저들은 선출 과정의 문제점을 말할 자격도 없다. 돈을 주고 입수한 당원명부를 이용해 당선한 새누리당 의원만 무려 다섯 명이라고 알려졌다. 이번 총선 당선자 1백여 명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을 예정인데 압도 다수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소속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당이 입건도 되지 않은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제명하겠다는 것은 앞뒤도 맞지 않는 억지다.
이처럼 두 의원 제명 시도가 명분도 논리적 일관성도 없는 것은 실제 의도가 선거 부정 해결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들은 ‘민주주의’와 ‘정의’에 눈꼽 만큼의 관심도 없다.
사실 새누리당과 우파는 선거 부정 사태가 터지기 훨씬 전인 3월부터 ‘통합진보당=종북 주사파=간첩’이라는 도식을 만들어 놓고 마녀사냥을 벌여 왔다.
총선 뒤에도 우파들은 통합진보당의 내부 경선 부정 문제를 ‘종북 좌파’ 마녀사냥 공세의 지렛대로 삼았다. 이런 마녀사냥은 연이어 터져 나오는 정권의 치부와 비리를 감추는 방패막이가 돼서 우파의 숨통을 터 주는 구실을 톡톡히 해 왔다.
우파는 통합진보당의 위기를 이용해 진보진영을 위축·분열시키고, 남한 국가와 체제에 순응하도록 길들이는 한편, 노동자와 피억압자들을 대변하는 진보정당의 의회 진출을 저지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은 물론이고 박근혜도 “국가관을 의심받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해 왔다.
마녀사냥
따라서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민주당이 마치 ‘사상 검증’이 아니라 선거 부정 때문에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에 합의한 듯이 구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에 불과하다.
통합진보당에게 두 의원을 제명하라고 압력을 넣어 온 민주당은 계속 우파의 색깔론 공격에 타협해 왔다. 늘 선거를 앞두고 ‘국가관을 검증하자’는 우파의 압력에 굴복해 온 것이 민주당의 역사다. 이번에도 민주당은 “통진당이 섞인 야권연대가 선거를 이긴다[면] … 북한 김정은 왕조와 공동정부가 수립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우파의 황당한 협박에 굴복한 것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이석기·김재연 의원이 국회에서 주류 양당에 의해 제명되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 북한이 진보적 대안 사회라는 착각과 북한 핵·인권에 대한 잘못된 태도는 진보진영 내부에서 토론하고 비판할 문제일 뿐이다. 더구나 친제국주의 우파 관점에서의 북한 비판과 진보의 관점은 명백히 달라야 한다.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정치적 잘못에 대해서 비판하고 책임을 요구하는 것도 진보진영과 통합진보당 내에서 민주적 절차를 통해 이룰 문제지, 주류정당과 부패 우파들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국가관 검증과 자격 심사를 받아야 하는 것은 주류 정당의 부패한 우파들이다. 박정희·전두환 독재에 뿌리를 둔 새누리당의 ‘국가관’이야말로 용납될 수 없다. 하나회 출신 강창희를 국회의장으로 임명하는 데 합의한 양 당은 두 의원을 심사할 자격도 없다.
진보적 사상과 정치 활동의 자유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은 합심단결해서 정치·도덕적 ‘무자격자’들의 이석기·김재연 국회 제명 시도에 맞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