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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세계경제의 버팀목에서 또 다른 구멍으로

유로존 위기 속에서 중국 경제의 미래도 불확실해지고 있다. 이번에는 주요 선진국의 위기가 중국을 비롯한 신흥공업국들로 확산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최근에 발표된 중국의 경기 지표와 예측들은 하나같이 우울하다. 최근 13개 주요 국제 투자은행이 전망한 2분기 중국 경제성장률 평균치는 7.9퍼센트 안팎에 그쳤다.

특히 유로존 위기의 여파로 중국 수출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이 없어 ‘닭장 아파트’에 거주하는 홍콩 노동자 2011년 홍콩 지니계수가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등 경제 불안정 속에 중국 민중의 불만이 날로 커지고 있다. ⓒ사진 출처 Anne Roberts (플리커)

중국은 그동안 수출 주도 경제로 “세계의 공장”이 됐고, 이 덕분에 고속 성장을 구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국 경제를 성공으로 이끈 요인이 이제는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셈이다.

이 때문에 투자도 부진해지고 있다.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은 1~5월에 지난해 동기 대비 20.1퍼센트에 그쳐 역대 최저 수준이다.

중국 정부는 경제가 갑자기 고꾸라지는 상황만은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세 차례 은행 지급준비율을 인하했고, 6월 8일에 1년 만기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낮춘 데 이어 한 달도 채 안 된 7월 6일에 다시 금리를 인하했다.

하지만 이런 조처가 원하는 효과를 낼지는 불확실하다.

현재 중국 경제의 불안정은 자본주의의 급속한 축적과 성장 과정에서 잉태된 문제에서 비롯한 것이다. 마르크스가 지적했듯이, 오늘의 성공이 내일의 실패를 낳는 건 자본주의의 피할 수 없는 모순이다.

중국 경제는 자본주의의 주기적 위기로부터 자유로운 적이 없다. 2008년 이전에도 중국은 고도 성장은 지속했으나, 총투자 대비 이윤율은 하락했고 과잉 투자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2008년 미국발 세계경제 위기로 수출이 급감한 게 이 상황을 극적으로 악화시켰다.

중국 지배 관료들은 당시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9조 위안이 넘는 돈을 ‘묻지마’ 대출로 시중에 푸는 등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실시했다. 그리고 2009년부터 시작된 세계경제의 부분적 회복 덕분에 경제성장률은 다시 10퍼센트를 육박하게 됐다.

딜레마

그러나 위기는 근본에서 해결된 게 아니었다. 경기는 일시 회복했으나, 대신에 과잉 투자 경향은 더 심해졌다. 물가도 크게 치솟아, 노동자 대중의 불만을 크게 자극했다.

낮은 이윤율 때문에 시중에 새로 유입된 자금의 상당수가 부동산 시장이나 민간 사채 시장으로 흘러들어 가며 막대한 부동산 거품이 형성됐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는 거품을 가라앉히며 물가를 잡으려 했지만, 유로존 위기로 세계경제 상황이 다시 나빠지면서 지금 딜레마에 빠져 있다.

중국이 사회 안정을 유지하면서 높은 수준의 자본 축적을 유지하려면 경제성장률을 적어도 8퍼센트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게 불문율이다. 그런데 주요 선진국 경제가 계속 악화해 수출에 타격이 커진다면, 이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해서 2008년처럼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쓴다면, 과잉생산, 고물가, 투기를 다시 부추겨 또 다른 문제를 낳을 것이다. 그렇게 쏟아부을 돈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일부 지배자들은 중국 경제를 내수 위주로 전환해서 대외 의존도를 줄이자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거의 ‘미션 임파서블’이다. 내수 확장은 임금 상승을 의미하는데, 생산성이 낮은 중국 하청 제조업체 상당수가 이를 감수하고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 제조업체들에 의존해 지역 경제를 운영하는 관료들도 같은 처지다. 즉, 중국의 “수출주도형 모델”은 계급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쉽게 바꾸기 어려운 일이다.

설사 극적으로 내수를 확장할 수 있다고 해도, 이것이 자본주의적 생산 과정이 낳는 이윤율 하락과 과잉 축적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결국 중국 경제의 앞길에 위험한 지뢰들이 도사리고 있는 건 분명하다. 만약 부동산 거품이 터지거나, 경제성장률이 8퍼센트 밑으로 떨어지면 중국은 언제든 제2의 그리스가 될 수 있다.

경제의 앞날이 불확실해지면서, 정치도 불안정해지고 있다. 중국 관료 지배 체제는 높은 경제성장률에 의지해 통치해 왔기 때문이다.

경제 위기가 심화하면 자본 축적의 방향과 속도를 놓고 지배자들의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이들 사이의 갈등이 공공연히 표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보시라이 파문 같은 갈등과 분열은 앞으로도 더 크게 반복될 수 있다. 이것은 아래로부터 대중 저항의 폭발력과 지배층의 분열을 더 심각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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