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 항의 행동으로 투쟁의 자신감을 키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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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6일 일제고사가 시행됐다. 이날 전교조는 일제고사에 반대해 무려 2천2백 개 이상의 학교에서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학교 앞 1인 시위를 조직했고 교과부의 징계 위협에도 전국적으로 교사 수백 명이 조퇴를 하고 일제고사 폐지 민원 접수에 참여했다. 민원 접수에는 교사 1만 명 이상이 연서명을 했다. 그리고 6월 동안 전교조 조합원들은 일제고사 파행사례를 폭로하고 일제고사 반대 현수막을 내거는 등 다양한 항의행동을 했다. 이는 전교조 교사들의 자신감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것을 보여 준 것이다.
이는 세계적인 일제고사 반대 흐름 속에서 이루어진 투쟁이었다. 영국과 일본에 이어서 프랑스는 내년부터 일제고사가 없어질 예정이고, 미국에서도 일제고사 폐지 청원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세계 1백72개국 3천만 명의 교원을 대표하는 국제교육연맹(EI)에서도 “26일 치르는 한국의 일제고사에 대해 교육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매우 심각하다”는 강력한 우려를 공식 표명했다.
그런 가운데 나와 ‘노동자 연대 다함께’ 교사 동지들 역시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세계적 흐름의 일부가 됐다. 일제고사 폐지 투쟁을 어떻게 건설할지 회의하고 이에 기초해 각 학교에서 할 실천, 전교조 지회, 지부 등과 협력할 사항을 정했다. 일제고사 항의 행동의 Q&A를 작성해 공유하고 카톡 채팅방과 전화로 일상적으로 토론하면서 26일 당일에 조퇴 투쟁 사유는 어떻게 할지, 교장·교감이 방해를 하면 어떻게 할지 등 서로 궁금함을 해소했다. 또 학교 내에서 충분한 선전을 할 수 있도록 일제고사 선전물을 만들면 그것을 함께 공유해 학교에 여러 차례 배포했다.
이 과정에서 경험 있는 교사들의 노련함과 젊은 교사들의 패기와 활력이 어우러졌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 배우고 서로 자극받으면서 투쟁의 자신감을 높였다. 이것은 교과부의 징계 위협과 학교의 훼방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1인 시위와 조퇴 투쟁을 할 수 있는 힘이 됐다.
그뿐 아니다. 다함께의 회원들은 26일 학교 앞 1인 시위에 38명이나 자원해서 교사 동지들의 활동을 지원했다. 특히 우리 학교 앞에서는 나의 1인 시위를 물리력으로 제지하려고 한 일부 과격한 부장들이 있었는데, 우리 회원들이 함께해 줬기에 안정적으로 1인 시위를 할 수 있었다.
나는 이날 1인 시위를 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 내가 1인 시위 끝낼 즈음 학부모회원 30여 명이 몰려왔다. 그들은 내 수업 태도를 문제 삼고 학교의 비민주적 운영에 항의한 것을 학생 선동이라고 비방하며 나를 전출시키라는 민원 연서명을 받겠다고 했다.
감동적인 일
그러나 이 시도는 보기 좋게 좌절됐다. 내가 징계받을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들은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우리 선생님을 지키자’는 글을 써서 SNS로 퍼 나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 글은 하루 만에 전교생의 절반에 가까운 5백 명 이상의 학생들이 ‘공감’을 눌러 줬고, 다른 학교 학생들까지 포함해서 1천 명도 넘는 학생들이 그 글을 공유해 줬다.
나를 징계했다가는 학교가 발칵 뒤집힐 거란 압력을 느낀 교장은 학부모들을 진정시켜야 했고, 학부모들 역시 나에 대한 민원을 백지화했다. 교사로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감동적인 경험이었다.
그간 전교조의 일부 활동가들은 이번 일제고사 반대 투쟁을 통해서 (일제고사의 폐지 등) ‘얻을 것보다’ (징계 등의) ‘잃을 것’이 많다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내 경험을 비롯한 전교조의 이번 투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수많은 조합원들이 투쟁에 참여하면서, 페이스북 등에서 투쟁 경험을 공유하며 자신감을 높였다.
이제는 조퇴 투쟁에 대한 정부의 징계에 대응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현재 징계 추진이 있는 곳은 충북 지역의 교사 4명밖에 없지만, 각급 학교에서 조퇴투쟁을 한 조합원들의 기록을 남기는 등 징계 밑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징계가 현실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를 방어해야 한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학교가 진정으로 인성과 배움의 터전이 되도록 만들기 위해 투쟁한 동료 교사들을 함께 방어하자. 그리하여 이 투쟁이 ‘잃은 것’은 없고 ‘얻을 것’은 많았던 기억으로, 이후 투쟁의 든든한 자신감으로 될 수 있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