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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출병설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최근 강력한 반대 여론에 밀려 좌초되긴 했지만 한일군사협정이라는 재앙의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 유영재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미군문제팀장에게 한미일 군사동맹 추진의 배경과 동아시아에서 커지는 불안정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이명박 정부는 한일군사협정 추진 의사를 포기하지 않고 있는데요, 그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가장 핵심적 배경에는 중국과 북한을 겨냥한 미국의 동북아 MD 체제 구축이 있습니다. MD 체제에서는 미사일 발사 징후를 미리 파악하고 요격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정보를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죠. 미국 당국자들이 ‘한일 간에 정보 교류가 이뤄지지 않아 MD 구축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말한 것을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바 있습니다.

유영재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미군문제팀장 ⓒ김지윤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한미일 동맹이 구축되면 중국과 북한이 반발할 것은 당연합니다. MD는 방어체제를 표방하고 있으나 선제공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죠. 한미일 동북아 MD 체제가 구축되면 중국과 북한도 군사적 대응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이는 동북아 긴장과 갈등을 부르고 군비 증강을 가져올 것입니다. 남방 삼각(한미일)과 북방 삼각(북중러)이 충돌하는 동북아 신냉전을 불러올 수 있어요.

미국은 “아시아로의 귀환”을 표방하며 일본과 한국, 호주와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태국, 필리핀과 연합 군사훈련을 하는 등 계속 중국을 포위하고 있죠.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에 연합함대를 구성해 서해에서 군사훈련을 한 겁니다.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시도와는 어떤 관련이 있습니까?

일본의 입장에서 본다면 한일군사협정은 군사 대국화의 야망을 실현하는 장치죠. 일본은 전범 국가고, 자국민들의 전쟁 반대 요구가 높은데다 헌법 등 전쟁 방지를 위한 여러 장치 등이 있어 군사대국화 야망이 제어돼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미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중국 포위 전략을 강화하면서 자신들의 약해진 힘을 보완하려고 일본이나 한국의 힘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도들이 일본 지배집단을 부추기면서 군사대국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후쿠시마 재앙과 장기 불황 등을 겪으며 극우적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일군사협정이 체결되면 군사대국화의 법적 장치가 마련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간 나오토 전 총리가 2010년에 북한으로 납치된 일본인들을 구출하려면 한국을 통해 가야 하는데 지금은 이를 위한 규칙이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또 위키리크스 폭로를 보면 일본 당국자가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 자위대를 파병하려면 공항과 항만 관련 정보가 필요하다’고 한 바가 있습니다.

실제 한일군사협정을 보면 방위와 관련한 모든 정보가 교환 대상으로 나와 있습니다. 이번 협정이 일본 자위대가 다시 한반도에 출병하는 길을 연다고 하는 것은 결코 과장이나 기우가 아닙니다.

독도 영유권 분쟁, 위안부 문제, 역사교과서 왜곡 등을 보면 일본 지배집단은 식민지 지배를 반성하기는커녕 죄상을 덮으려 합니다.

그런데 지금 이명박 정부는 국회와 국민들에게 잘 이야기해서 추진하겠다며 협정 체결을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박근혜 역시 내용을 문제 삼거나 폐기를 주장하지 않습니다.

제주 해군기지, 평택 미군기지 등 많은 문제들이 사실 민주당 정부에게 원죄가 있는데요?

노무현 정부는 그 자신이 부국강병론자, 자주국방론자였죠. 국방예산도 이전 정부보다 매년 높게 책정해 왔고요. 외부적으로 부시 정부가 워낙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것도 있었지만 전략적 유연성, 평택 미군기지 이런 문제를 보면 ‘반미면 어떠냐’ 하고 출범했던 정부가 중요한 문제들에서는 굴복을 한 것이죠. 미국에서 초기부터 엄청나게 흔들어대고 굴복을 시킨 거죠. 부국강병론이라는 것이 그런 것들을 제어하는 것을 무디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한미일 삼각동맹, 대중국 전략의 관련성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한일군사협정은 공항과 항만 관련 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당연히 제주 해군기지 관련 정보도 공유 될 겁니다. 제주 해군기지에 미국 항공모함이 들어오는데 일본의 자위대 함정이 안 들어올까요?

해군력은 일본이 한국보다 앞섭니다. 때문에 한국 해군은 일본 해군과의 교류를 원합니다. 그 점에서 한일 간 해군 교류가 활발히 이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 한미일 연합 해상훈련이 제주 남방에서 이뤄졌습니다. 지금은 미국 항공모함이 부산항으로 들어오지만 제주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제주도로 들어올 수 있고, 연합훈련 전후로 일본 자위대 함정도 제주도로 들어올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지금 미국은 노골적으로 중국 포위 외교를 하고 있습니다. 클린턴 국무장관의 동선만 봐도 알 수 있죠. 우리가 이런 중미 간 충돌에 휘말린다면 우리의 장래는 암울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미국은 자신의 통제 하에서 한미일 군사동맹을 맺고 호주까지 끌어들여 동북아판 나토를 꾸리려 합니다. 여기에 가담한다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하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진보진영은 우선 한일군사협정에 반대하는 것이 중요하고, 나아가 미국의 의도를 정확히 보고 이를 저지하는 데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인터뷰·정리 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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