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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폭과의 전쟁’이 노리는 것

5월 초, 검은돈의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운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사건과 저축은행 비리가 줄줄이 터지던 때 서울지방경찰청은 비리와의 전쟁이 아닌 ‘주폭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비리 몸통에는 근접도 못 하던 서울지방경찰청장 김용판은 “서울에서 주폭 1천 명만 잡아들이면, 세상이 확 달라질” 것이라며 호언했다.

경찰은 ‘주폭’을 잡아들이려고 표적 수사도 서슴지 않았다. 경찰서 지구대에서 소란을 피운 사람을 구속하기 위해 열흘 동안 사진을 들고 다니며 ‘이 사람에게 피해를 당한 적 있냐’고 수소문해 결국 구속한 경우도 있다.

‘깡소주폭’ 협박하는 ‘폭탄주폭’. 위기의 희생양 찾기는 “이제 그만” ⓒ사진 출처 〈참세상〉

그러나 술 먹고 경찰까지 폭행한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은 “얌전히 풀려났다.”

지난 17일까지 ‘주폭’으로 구속된 2백 명 중 80퍼센트가 직업이 없다. 나머지도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 음식점 배달원 등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경제 위기 책임 전가와 그로 인해 강요된 빈곤은 극단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인간성을 파괴하곤 한다. 명품가방 등을 사느라 법인카드로 7억 원이나 쓰고 다닌 김재철 같은 자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 못 하겠지만, 당장 먹을 것과 입을 것, 잠자리조차 구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품위를 요구하기는 어렵다.

‘주폭’의 74퍼센트가 음식점이나 주점, 상가 등에서 벌어지고, 피해자들 다수가 음식점 주인이나 상가 주인인 것을 보면, ‘주폭’이 대부분 먹을 것이나 마실 것, 생필품 등 기초적 수단을 두고 벌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이 품위를 유지할 최소한의 생계라도 보장받았다면 음식점에서 밥 한 그릇 가지고 인간성을 내던지겠는가? ‘주폭’으로 구속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감옥이 아니라 복지다.

지배자들은 체제의 위기가 심해지고 불만이 높아질 때마다 이를 엉뚱한 곳으로 돌리고 우파적 분위기를 강화하기 위해 희생양을 만들곤 했다. 우리 주변에 항상 있으면서도 인기 없는 극빈층이나 이주자 들은 손쉬운 사냥감이다.

삼청교육대는 가장 악랄한 예다. 범죄행위로 정권을 장악한 군사정권은 ‘사회정화’를 핑계로 ‘불량배’들을 삼청교육대로 보냈다. 날품팔이, 주거가 불확실한 극빈층 등이 대거 포함됐다.

프랑스 전 대통령 사르코지는 경제 위기와 긴축 정책으로 불만이 증대하자 치안 불안을 불법 이민자 탓으로 돌리면서 범죄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경찰의 ‘주폭’ 단속은 경제 위기와 정권의 위기로 인한 불만을 경제 위기의 희생양들에게 돌리고 우파적 분위기를 강화하려는 시도다. ‘주폭’ 단속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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