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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의 논평:
갈수록 악화되는 ‘장기 불황’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교수이며,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장이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오늘날 불황이 더 오래 지속될 것이란 점에서 예전의 불황과 뚜렷이 다르다고 말한다.

“올림픽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흥청망청 즐겨라. 곧이어 최악의 세계경제 전망이라는 숙취가 찾아올 것이다.” 나는 보통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에 그가 트위터에 쓴 말은 정확하다.

세계 경제·금융 위기가 시작된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2007년 8월 9일 신용경색이 발생해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 은행들에게 7백50억 유로를 지원해야 했다.

그 뒤로 5년이 흘렀지만 ECB는 여전히 화제의 중심이다. 몇 주 전 ECB 총재 마리오 드라기는 “ECB는 유로존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다” 하고 말했다.

시장은 들떴다. 시장은 드라기의 발언을 ECB가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를 사들이겠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해석했다. 시장이 이들 나라의 부채 상환 능력을 의심하면서 이들 나라 정부들이 지불해야 하는 이자율이 지속가능하지 않은 수준으로 껑충 뛰어 왔다.

그러나 유로존 위기 초기 단계에서 ECB가 유로존 정부국채를 사들였을 때 독일 정부와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그것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들은 파산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들을 지원하는 것이 독일 식 자본주의 모델 ―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내 임금 상승을 억제하는 것 ― 을 약화시키는 것을 우려했다.

그래서 분데스방크가 껴들어서 드라기에게 추가로 국채를 사들이지 말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드라기는 얼마전 기자회견에서 후퇴한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ECB가 이탈리아와 스페인 정부의 국채를 사들이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조차 유럽금융안정기금(EFSF)과 긴축 계획을 협의했을 때 가능할 것이다.

유로존 위기라는 지겹고 끝날 줄 모르는 드라마의 최근 일화는 그리스와 포르투갈과 같은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에서 시작된 위기가 어떻게 훨씬 더 큰 나라로 발전했는지, 또 유로존 지배자들이 제시하는 해결책이란 것이 긴축밖에 없음을 잘 보여 준다.

봉쇄된 공황

드라기의 태도에 대한 관심은 유로존 위기의 중요한 특징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경제학자 데이비드 레비는 유로존 위기를 “봉쇄된 공황”이라고 불렀다. 경제의 완전한 붕괴가 방지된 이유는 ECB와 다른 중앙은행들의 개입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개입했지만 상황은 아주 나쁘다. 마르크스주의 블로거 마이클 로버츠는 정통경제학자 존 테일러의 계산결과를 인용했다. 테일러는 미국에서 2008년 불황으로부터의 회복 과정을 “기껏해야 명목상의 회복”으로 규정했다. 테일러는 또한 이렇게 덧붙였다. “이번 불황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것이다. 이번 불황은 절대로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비극이다.”

불황에 빠지면 경제는 보통 잠재 성장률보다 훨씬 느리게 성장한다. 그러나 회복 과정에서 성장률이 크게 높아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것은 불황 때 발생한 생산량 손실을 벌충하며, 경제는 다시 정상적 성장 궤도에 들어서게 된다.

이런 패턴은 오랫동안 지속돼 왔다. 영국의 경험에 기초를 두고 마르크스는 1859년에 그것을 ‘법칙’으로 규정했다. 즉, 심지어 위기의 시기에도 “나라의 생산력과 세계시장의 흡수력”은 계속 증가한다는 것이었다.

마르크스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런 능력이 최고지점에서 후퇴하는 것은 일시적일 뿐이다. 몇 해에 걸쳐 약간의 변동을 겪은 후에는 한 시기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의 생산 규모가 다음 시기 생산 규모의 시작점이 된다.”

현 위기의 경우 이 ‘법칙’은 깨졌다. 테일러는 미국의 현재 실질 국내생산이 여전히 잠재 성장률보다 훨씬 낮음을 보여 줬다.

이것은 흔히 금융 위기에 의해 촉발된 위기가 심각한 불황으로 이어지곤 한다는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감안하더라도 예전 불황들과 크게 다른 점이다.

마이클 로버츠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우리는 장기 불황에 빠져 있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3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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